[김봉준의 진밭골 그림편지] 풍 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우리 말은 뜻이 참 깊습니다. 아름은 알에서 오고 알이란 알 차다의 그 알이니, 근원 또는 씨알의 의미일 겁니다. 다움은 답다의 명사로 무엇 답다란 뜻인데 '근원에 맞게 그 답다' 란 뜻이 됩니다. 그림은 그리다의 명사로 무엇을 그리워하다, 또는 그리는 행위를 하다는 그리다의 명사이니 '아름다운 그림' 하면 '속 알(근원) 있는 그림'이라고 풀 수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우리 말과 우리 글은 함축된 의미가 깊습니다. 알.밝.한.흰.검.줄.술 등 캘수록 함의 깊은 우리말이 많습니다.

우리말 우리글이 소중한 것처럼 우리 옛그림도 소중합니다. 고대의 고구려 벽화를 보면 우리 선조의 공간(울)과 시간(줄) 개념이 이미 나타납니다. 천문 지리적 세계관이 좌청룡 우백호 북현무 남주작으로, 음과 양은 달과 해로 나타납니다. 고구려의 멋진 사람은 유불선(儒佛仙) 이전의 풍류선인(風流仙人)일 겁니다. 풍류의 미가 담긴 미술은 후대에 민화. 무화.불화.풍속화.도자그림 등 조선의 민예로 꽃핀 것이지요. 이것을 관통하는 속 알이 풍류정신일겁니다.

김봉준 <화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