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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물가'·에너지·공공요금↑…'나쁜 인플레' 우려 솔솔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회복 기대감으로 에너지·농축산물 등 원자재 물가가 치솟고 있다. 하지만 정작 실제 경기회복은 더딘 양상을 보여 우려가 커진다. 전문가들은 경기는 불황인데도 물가만 오르는 ‘나쁜 인플레’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 물가도 들썩

최근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 등 에너지 물가가 크게 치솟고 있다. 사진은 SK에너지 원유 저장 탱크의 부유식 지붕(플로팅 루프). 연합뉴스

최근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 등 에너지 물가가 크게 치솟고 있다. 사진은 SK에너지 원유 저장 탱크의 부유식 지붕(플로팅 루프). 연합뉴스

1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9.7원 오른 L당 1483원이었다.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1월 넷째 주(1318.8원/L)부터 올라 15주 연속 상승했다.

휘발유보다 저렴해 서민 연료라고 불리는 LPG(액화석유가스) 가격도 올랐다.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LPG 충전소 평균 판매가는 일반 프로판가스 기준 지난해 5월 895.7원/㎏→지난달 1120.47/㎏으로 25% 이상 급등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준이 되는 국제 에너지 가격이 상승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 수입원유 기준인 두바이유는 수요회복 기대감에 지난 8일 기준 배럴 당 68.32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30% 이상 급등한 수치다.

고공행진 밥상물가, 전기·공공요금도 오른다

최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뉴스

최근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하반기부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뉴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전기요금 인상도 자극한다. 한국전력은 올해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국제에너지 가격에 따라 전기요금을 달리 받는 제도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6개월 이상 시차를 두고 전기요금에 반영된다. 국제유가는 최근 오르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높아진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볼 가능성이 크다.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버스·지하철 요금을 최대 200~3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도요금도 누진제를 폐지하는 대신 ㎥당 2021년 430원→2022년 500원→2023년 580원 일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실제 시행까지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2월 소비자물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2월 소비자물가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통계청]

밥상물가는 이미 고공행진이다. 통계청 ‘2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농축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6.2% 급등했다. 2011년 2월(17.1%)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이다. 조류인플루엔자와 한파 영향으로 최근 수급이 좋지 않은 데다, 국제곡물 가격이 상승한 탓도 있다.

경기 침체는 여전…'나쁜 인플레' 오나

문제는 물가 상승속도에 경기가 따라가지 못하는 데 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감소(-1.2%)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3분기(2.1%)에 비해 4분기(1.2%) 상승 폭이 둔화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계속하고 있어 올해 1분기에도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은 최근 물가 상승의 내용에서도 뚜렷이 나타난다. 경기 회복으로 소비 등이 늘면서 일어나는 '착한 인플레'가 아닌 원자재 가격 등 비용상승으로 일어나는 '나쁜 인플레'가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 엇박자가 계속하면 불황에도 물가는 오르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은 7일 펴낸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에서 “올여름과 겨울에 코로나19가 추가 재확산이 발생하면 불황 탈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면서 “경기 침체가 지속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성격을 규정하기까지는 기다려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황으로 소득은 낮은데, 필수소비재를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면 그만큼 소비 여력도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 여력 위축은 결국 경기회복을 다시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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