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법무연수원에 1기 공수처검사들 교육 요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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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9일 오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검사들에 대한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연수원에 공수처 검사에 대한 교육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경험이 없거나 일천한 이들이 공수처 검사로 임용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법조계에서는 이제 겨우 수사 관련 교육을 받는 ‘초보’들이 과연 고난도의 고위공직자 수사를 해나갈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진욱 “절반은 비검찰 출신 인사” #법조계 “수사경력 일천한 초임들 #고위공직자 수사 가능하겠나” 우려

9일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공수처와 법무부는 이달 중 공수처 검사에 대한 채용 절차가 마무리되면 공수처 검사에 대한 실무 교육을 법무연수원이 맡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다.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 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 출신은 (공수처 검사의) 2분의 1을 넘지 못하게 돼 있다. 나머지 분들은 수사 경험이 없는 분들로 충원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아직 별도 교육 시스템이 없어 1기 공수처 검사들의 경우 법무연수원에 교육을 맡길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법무연수원은 오랫동안 초임 및 경력 검사 교육을 담당해왔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수사 역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으로 공수처가 전담하는 3급 이상 고위공직자 범죄는 대통령·장관·국회의원 등과 그 일가를 포함한 최고 권력층의 부패 범죄란 점에서 고도의 수사 역량이 요구된다. 기존 검찰에서도 이 정도의 사건들은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 내 경험 많은 부장·부부장급 이상 검사들이 직접 주임검사를 맡았다.

지난 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출금) 및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한 수원지검 수사팀의 주임검사도 검사 경력 19년 차인 이정섭 형사3부장이었다.

하지만 공수처 검사의 경력 요건은 까다롭지 않다. 지난해 초 제정된 공수처법은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서 재판, 수사 또는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자’로 공수처 검사 자격을 규정했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법이 개정되면서 이 요건조차 ‘7년 이상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 더 완화됐다. 수사·조사 경험이 전무한 이들도 공수처 검사가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검사의 직에 있었던 사람은 공수처 검사 정원의 2분의 1을 넘을 수 없다’는 내용은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에 최소한 공수처 검사의 절반은 비검찰 출신 인사로 채워져야 한다.

한 법조계 인사는 “조기축구 선수가 기초교육을 받고 바로 프로축구 리그에 진출할 수는 없다. 현 상태론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가 한없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법무연수원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당장 고난도의 고위공직자 수사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겠느냐”며 “공수처로 이첩된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수사부터 공수처가 직접 하는 게 과연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는 각각 27년과 11년의 경력을 가진 검사들이다. 공수처가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거나 수원지검 수사팀을 파견받지 않고 직접 수사할 경우, 수사 경력이 일천한 초임 공수처 검사가 이들을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이 지검장과 이 검사는 줄곧 공수처의 직접 수사를 요구해 왔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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