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안광석의 퍼스펙티브

당장 이용 가능한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백신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난달 27일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병동 폐기물을 처리하는 정미경씨가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은 어떤 백신이라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강조한다. [뉴스1]

지난달 27일 서울시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병동 폐기물을 처리하는 정미경씨가 화이자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은 어떤 백신이라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강조한다. [뉴스1]

예방 접종은 20세기 공중보건의 최대 업적으로 여겨진다. 백신의 이점이 위험성을 훨씬 능가한다는 의학 및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막연한 불안감과 잘못된 정보 때문에 백신 접종을 주저하고 있다. 백신을 둘러싼 오해와 이에 대한 과학적 사실은 무엇인가.

아스트라제네카·존슨앤존슨 백신의 중증 예방 효과 85% #감기 걸릴 수 있으나 병원에 입원할 필요 없다는 걸 의미 #코로나19 백신은 의학 분야에서 가장 안전한 제품에 속해 #백신 접종은 본인뿐 아니라 집단면역으로 사회 건강 유지

예방 접종은 매년 세계적으로 300만 명에 이르는 사망자를 예방한다. 1796년 제너에 의해 백신이 도입된 이후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이거나 신체 장애를 일으키던 천연두·소아마비·파상풍 같은 질병은 사라졌거나 드물게 나타난다. 홍역·디프테리아 등 다른 질병은 백신이 도입된 이후 최대 99.9% 감소했다.

만약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중단한다면 이들 전염병은 빠르게 다시 퍼질 수 있다. 자연감염에 의해서도 면역이 생성돼 재감염을 억제할 수 있으나 이는 중증 혹은 사망 위험을 수반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백신 불신을 세계 보건에 대한 10대 위협 중 하나로 꼽았다. 개인이 백신을 맞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집단 면역을 통해 전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해준다.

백신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백신은 수만 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임상시험과 다단계의 엄격한 감시시스템을 통과해야 승인된다. 사실 백신은 의학 분야에서 가장 안전한 제품에 속한다. 코로나19 백신에는 완전한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지 않으며 전염성이 없으므로 코로나19를 유발할 수 없다.

바이러스에 자연감염되거나 백신을 접종하면 통증·발열·두통·피로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정상적인 면역 과정의 일부인 염증 반응의 산물로 2~3일 내 사라진다. 염증 반응은 바이러스 감염 억제의 핵심 면역 성분인 항체와 킬러 T세포 생성에 필수적이다. 이러한 ‘부작용’ 증상은 내 몸이 감염됐음을 알려주는 신호로써 진화적으로 인간 생존에 이바지해왔다. 모더나·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100만 명당 370~4000명이 가벼운 증상을 나타냈다.

어떤 백신도 접종 주저할 이유 없어

백신 접종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작용은 알레르기 일종인 아나필락시스와 사망이다. 모더나·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서 100만 명 접종 당 각각 3건, 5건, 10건의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보고됐다.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사람 중 80% 이상은 이전에 다른 물질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낸 이력이 있었다. 아나필락시스도 신속하게 에피네프린 같은 약물로 치료해서 완화될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이 사망으로 이어진 예는 아직 보고된 바 없다. 노르웨이 노인 요양원 33명이 화이자 백신을 받은 지 6일 만에 사망했다. 노르웨이 방역 당국과 WHO 조사 결과 이 같은 사망률은 이 연령대의 정상 사망률과 일치하며 이 백신은 여전히 노인에게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임상 시험 결과 자사 mRNA 백신이 95% 효능으로 코로나19 증상 발현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서 바이러스 벡터를 사용하는 좀 더 전통적인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존슨 백신이 70% 효능으로 증상 예방을 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다소 실망스럽게 받아들였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모더나 혹은 화이자 백신만 원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단순한 생각이다. 전통적 방식의 백신이 가벼운 기침을 포함한 ‘모든’ 코로나19 증상을 예방하는 데는 덜 효과적이지만, 여전히 중증 예방에 85%의 효과가 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나 존슨앤존슨 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심한 감기에 걸릴지언정 병원에 입원할 필요까지는 없음을 의미한다.

현재 개발된 백신들은 서로 장단점이 있다. 백신 접종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좋은 백신’의 핵심 지표인 항체 지속 기간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다. 인위적으로 설정된 조건의 임상시험에서 발표된 백신 효능이 다양한 여건에서 시행되는 대규모 백신 접종 현장에서도 나타날지 미지수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존슨 백신은 저장과 운반이 쉬우므로,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는 더 실용적이다. 팬데믹 상황에서는 백신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의 백신 선택권이 없다. 어떤 백신이 주어지더라도 접종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당장 이용 가능한 백신이 가장 좋은 백신이다.

백신은 변이체에도 유효

백신은 항체와 킬러 T세포 생성을 목표로 한다. 이 중 항체가 유난히 주목을 받는 것은 작용 방식이 단순하고 효과 분석이 쉽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과 남아공발 코로나19 변이체는 항체의 효능을 다소 감소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면역이 조명 스위치의 켜짐-꺼짐처럼 전부나 전무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믿는 것이다. 면역은 스펙트럼으로 밝기를 조정하는 조광기 스위치처럼 작동한다. 바이러스 변이 때문에 항체 기능이 감소했더라도 여전히 증상 예방에 도움을 준다.

면역계는 감염된 세포를 색출해 죽이는 킬러 T세포를 생산한다. 킬러 T세포는 바이러스가 몸에 침투한 후에야 행동을 개시하기 때문에 감염을 예방하지 못하지만, 이미 시작된 감염을 없애는 데 중요하다. 킬러 T세포의 활성이 가벼운 감기와 입원을 해야 하는 중증의 차이를 결정할 수 있다. 감염된 호흡기 세포에서는 하루에 수억 개 이상의 바이러스가 생산된다. 킬러 T세포가 바이러스 생산 공장인 세포를 파괴하면, 바이러스양이 줄어 증상이 완화될 뿐 아니라 전염을 줄일 수 있다.

제약사가 임상 시험에서 발표하는 95% 백신 효능은 중화항체 때문에 백신 접종자의 95%에서 감염 자체가 예방됐다는 뜻이 아니고, 백신 투여자의 95%에서 증상이 예방됐다는 의미이다. 킬러 T세포는 항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이러스 항원을 인식하기 때문에, 항체보다 돌연변이에 대해 내성이 강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아공발 501Y.V2 코로나 변이체는 항체에 대한 내성은 증가하였지만, 킬러 T세포의 공격에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은 팬데믹을 멈춰 세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매우 안전하다. 나를 지키고, 다른 사람을 지키고, 정상 생활로 복귀를 위해서 백신을 맞아야 한다.

백신 불신은 전염병 창궐로 이어져

1802년 영국 제임스 길레이 그림.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 백신 접종에 대한 공포와 우려를 담았다. 우두 접종을 받고 공포에 질린 여성의 몸에서 소의 머리·꼬리·다리 등이 솟아나고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1802년 영국 제임스 길레이 그림. 에드워드 제너의 우두 백신 접종에 대한 공포와 우려를 담았다. 우두 접종을 받고 공포에 질린 여성의 몸에서 소의 머리·꼬리·다리 등이 솟아나고 있다. [사진 위키피디아]

예방 접종에 대한 반대는 예방 접종 자체만큼이나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는 우두를 접종하면 천연두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제너의 기념비적 업적에도 불구하고 당시 신학자들은 예방 접종은 위험하고 불경스러운 것이며, 질병은 신이 인간의 죄를 벌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제임스 길레이는 소의 우두를 접종받은 사람의 신체에서 소의 부속지들이 뻗어 나오는 풍자 그림으로 예방 접종의 공포를 대변했다.

1970년대 중반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P) 혼합 백신이 뇌 손상을 유발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영국에서는 접종률이 79%에서 37%로 떨어졌다. 독립된 자문위원회의 조사 결과 사실무근임이 밝혀졌으나, 이미 많은 희생을 치른 후였다.

1998년 영국 의사 웨이크필드는 홍역·볼거리·풍진(MMR) 혼합 백신과 자폐증이 연관됐다는 논문을 의학학술지 랜싯에 보고했다. 이후 50만 명 이상의 어린이가 참여한 연구를 통해 MMR과 자폐증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후속 조사에서 웨이크필드가 과학적 사기를 저질렀으며, 이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취했음도 알려졌다. 2010년 랜싯은 논문을 철회했다. 웨이크필드 연구에 대한 언론의 광범위한 보도는 대중 불안을 부추겼고 백신 접종률이 곤두박질쳤으며 홍역이 재창궐했다. MMR 백신에 대한 회의론은 오늘날까지 지속하고 있으며, 2019년에 영국은 WHO로부터 ‘홍역 청정국’ 지위를 박탈당했다.

나이지리아의 보수적 무슬림 성직자들은 2003년 미국이 무슬림 인구를 줄이기 위해 소아마비 백신에 불임 호르몬을 첨가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로 인해 나이지리아 인근과 인도네시아까지 소아마비가 창궐했다.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에 대한 그릇된 정보 때문에 일본에서는 2010년대 백신 접종률이 70%에서 1%로 급락하고, 2만5000여 건의 자궁경부암이 발생했다. 이처럼 백신 반대 운동은 종교·과학·정치 등 다양한 관점에 근거한다. 백신 불신의 결과가 무엇인지 전염병 역사는 분명히 말해준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