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신냉전이 불가피한 이유
지구 밖 우주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치열하다. 두 나라는 우주에서 무엇을 위해 경쟁하는가. 그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이며, 어떠한 전략적 계산에서 출발했을까. 양국의 우주 경쟁은 우주 패권경쟁으로 이어질 것인가. 최근 미·중관계 관찰자들에게 가장 관심있는 이슈 중 하나다.
시진핑, 우주와 가상공간으로 외교무대 확대 천명 #‘우주정책령’ 만든 트럼프, 민간의 우주개발 합법화 #중국 ‘베이더우’ GPS시스템에 미국 GPS3로 맞불 #첨단 무기체계 보호 위한 우주 군비경쟁 불가피
미·중 양국의 우주경쟁은 단순한 숫자싸움이 아니다. 인공위성과 우주선을 몇 개 쏘아 올렸고 우주정거장을 몇 개 설립했는가는 과거에나 통할 법한 답변이다. 인류의 편리와 편익을 위해 중요했다. 그리고 우주에 대한 호기심도 일부 해소할 수 있었다. 그러나 21세기 들면서 미·중 양국의 우주경쟁은 치밀한 고단수, 전략의 수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주를 지배하는 자, 미래를 지배
양국의 우주전략 경쟁이 패권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나다. 우주질서를 제패하기 위해서다. 우주질서의 제패란 우주질서를 정의하고 설립하는 것이다.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 세계의 경제·기술·환경·사이버공간·교통과 에너지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지배하게 된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미국을 패권국가로 여기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미국이 경제·금융·무역·정치·외교 질서의 구축자이자 이의 수장으로 군림하기에 패권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에서 국제질서가 확립되지 않은 영역이 두 군데가 있다. 하나는 가상공간, 즉 사이버 세계다. 다른 하나는 우주 세계다. 이 두 개의 세계의 질서는 상관성이 밀접하기 때문에 이 둘의 질서 확립은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인공위성 문제 논의 없이 사이버 질서를 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중국공산당은 일찌감치 이를 인지했다. 2017년 19차 전국공산당대표대회에서 우주질서 확립의 당위성을 표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 자리에서 21세기의 중국 외교무대가 지구를 초월하여 우주 및 가상공간으로 확대되었다고 천명했다. 중국의 외교 공간 개념을 지구를 넘어선 ‘우주(星体, universe)’로 규정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우주와 가상 세계의 질서까지 관리할 수 있는 체계의 마련은 결국 실용적인 거버넌스의 구축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국의 외교지평이 우주로 확장될 수밖에 없음을 합리화했다. 더 나아가 이런 거버넌스 구축의 구상이야말로 중국이 추구하는 인류 운명 공동체의 토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즉, 두 공간의 거버넌스 구축에서 중국이 핵심국가가 될 수 있는 역량과 수단을 구비할 것을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이에 질세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우주질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우주 과학기술 개발과 우주 사업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부터 우주패권을 향한 정비작업이 이뤄졌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 역시 우주패권의 기반 확장을 위한 미국 민간기업의 우주사업 참여를 독려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 모든 것을 구체화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그는 ‘우주정책령(Space Policy DirectiveI)’으로 민간기업의 우주개발 사업을 합법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리고 그의 미국 ‘우선주의’를 우주 사업에 철저히 반영시켰다. 가령, 우주에서 취득한 광물을 비롯한 모든 물질을 더 이상 ‘공공재(common goods)’로 정의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내 민간기업의 우주활동이 국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과 유엔 우주평화이용위원회의 1979년 결의안 등의 제약을 받지 않게 될 것이란 점을 약속했다.
우주와 달은 자원의 보고로 알려졌다. 지구에서 희소성이 크거나 고갈될 자원이 지구 밖, 우주에 굉장히 풍부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우주경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우주경쟁이 지경학적인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이런 지경학적 전략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지정학적 전략이 수반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자원 확보 과정을 보호하기 위한 군사적 방어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를 우려해 유엔 우주평화이용위원회는 우주의 군사적 이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에서 원거리 해외이익 수호를 위해 해군력을 발전시킨 논리가 우주이익 확보 전략 사고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것이 오늘날 우주경쟁을 추동시킨 결정적 요인이다.
자원과 미래 에너지원의 보고
미·중의 우주 패권경쟁을 추동하는 전략적 이익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무궁한 우주 자원이다. 지구에서 공전하는 1만여 개 이상의 소행성에 매장된 무궁무진한 자원 때문이다. 카본·아연·코발트·백금·황금·은·티타늄 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백금과 티타늄 같은 경우, 1㎏당 3만~5만 달러에 팔릴 수 있다.
둘째, 미래 에너지원이 우주에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이용한 전력 공급이 가능해진다. 지구~달 영역에 태양열을 농축하는 우주발전소를 구축해 지구에 레이저빔으로 송전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공급받는 태양열은 지구의 것보다 35~70% 더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다. 2100년이면 70테라와트의 에너지가 필요해지는데, 정지궤도의 우주태양광 발전을 통해 332 테라와트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이들의 패권을 향한 우주 선점 욕망이 미·중 양국의 우주경쟁 구조 관계를 확립시켰다. 각기 다른 전략적 이익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목표는 하나의 공통된 것이다.
우선 중국은 미국의 GPS시스템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어한다. 그래야 자신의 미래 무기체계가 미국의 통제와 제약에 취약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베이더우(北斗)’ GPS시스템을 일대일로(一帶一路) 내 지역과 국가의 위성·통신 체계로 확산시켜 이른바 ‘우주 실크로드(Space Silk Road)’를 구축하는 목표를 달성하려 한다. 미국도 중국의 우주와 사이버공격으로부터 더 강한 방어능력을 갖춘 GPS3 시스템 개발을 위해 2025년까지 25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우주전략이익 확보를 노린 미·중 양국의 우주정거장 설립 경쟁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우주정거장은 우주질서 확립에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우주정거장은 적으로부터의 보호와 방어를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군사화할 수밖에 없다. 결과는 우주군비경쟁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미·중 간의 우주패권경쟁이 지구 밖에서도 신냉전의 색채를 띨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주는 블루 오션이다. 질서가 없는 세상이다. 따라서 선점이 중요하다. 우주질서와 이에 수반하는 법과 규범·제도 마련을 위해 미·중 양국은 우주 사업을 통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래의 에너지·자원·환경·통신과 첨단 군사무기체계 운영에 우주가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더 이상 꿈의 세계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익이 현실화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AI(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그 속도를 앞당길 것이다. 민간 기업의 참여로 우주선의 재활용이 가능해지고, 우주정거장과 광물채굴장비 관련 시설이 3D프린터로 마련되면 경제성 문제가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중의 우주 경쟁은 한국의 국익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정부는 청정에너지 확보를 위해 태양광발전에 23조원을 투입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예산 210억 달러와 맞먹는 금액이다. 미국의 민간 기업에도 적지 않은 투자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주경쟁 시대를 맞아 한·미 동맹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위성과 위성무기 체계를 보호하고 우주의 친환경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데 한·미동맹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려면 한국 외교의 역량을 지구를 초월한 우주로 확장하는 게 시급하다.
세계 세번째 화성 착륙국 눈앞에 둔 중국
미·중 우주전략경쟁의 발단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 선보인 미국의 화기에서 시작됐다. GPS로 운항하는 크루즈 미사일 등의 무기체계가 고도의 정밀타격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GPS는 인공위성에 의존해 운영된다. 이런 화기에 최선의 방어책은 인공위성을 격침하거나 GPS의 위성 송수신을 차단 또는 방해하는 것이다. 중국은 2007년 인공위성을 타격하는 방어능력을 선보였다. 이후 중국의 우주과학 기술은 일취월장하고 있다.
2020년 8월 현재 우주에는 2787개의 인공위성이 운항 중이다. 미국 위성이 1425개로 제일 많다. 중국은 382개, 러시아는 172개다. 같은 해 3분기에 세계는 327개의 위성을 쏘아 올렸다. 273개가 상업위성, 11개가 군사용이다. 이 기간에 중국은 29개의 위성을 발사했다. 반면 미국은 2020년 8월까지 27개의 위성을 발사했고, 이중 15개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위성이다.
2003년, 중국의 유인우주선 선저우5호가 귀환에 성공했다. 2011년에 톈궁 호가 우주 도킹에 성공했다. 2016년엔 유인선 선저우11호가 톈궁 호와 도킹, 우주정거장 설립에 첫발을 내디뎠다. 2019년에는 달의 뒷 표면에 사상 처음 안착했다.
올들어 중국은 화성우주선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오는 5~6월 화성에 안착할 예정이다. 성공할 경우 중국은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화성 땅을 밟는 나라가 된다. 중국은 또 2025년까지 달에 우주기지 구축을 완성하고, 5년 뒤에는 유인화한다는 구상이다. 2036년까지 달에 유인우주기지를 설립하고, 태양광열발전을 2050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주재우 교수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미국 웨슬리언대(정치학 학사)와 중국 북경대(국제관계학 박사)에서 공부한 미·중 관계 전문가다. 중국의 대외관계, 북중 관계, 다자안보 협력등에 관심이 크며, 국내외 주요 저널에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 『팩트로 읽은 미중의 한반도 전략』 등을 썼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