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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 ‘달 정거장’ 함께 건설, 미국과 ‘우주 신냉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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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달에 우주정거장을 짓기로 했다. 기술 탈취를 우려한 미국의 반대로 국제우주정거장(ISS)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없었던 중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고 반격에 나선 것이다.

“달 궤도에 실험연구시설 설치” #관심있는 국가에 참여 요청 #미국 주도 ‘달 정거장’에 대항

9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장커젠(張克儉) 중국 국가항천국(CNSA) 국장과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대표는 국제달과학연구소(ILRS) 공동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에는 우주인이 달 궤도와 표면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합 연구시설 단지(우주정거장)를 함께 건설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설계부터 운영까지 양국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 시설은 중국과 러시아가 아닌 다른 나라에도 개방할 계획이라고 CNSA와 로스코스모스는 밝혔다.

중국 당국은 2019년 6월 “17개 국가와 23개 단체가 참여하는 중국 우주정거장 프로젝트 간 협력을 승인했다”면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우리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중국 배제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었다. 1990년대 초 미국은 ISS 프로젝트에 러시아·캐나다·영국·일본 등 16개국을 참여시켰지만, 중국의 신청은 거절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이들 국가는 우주왕복선과 소유스·프로그레스 같은 화물선을 수십 차례 보내 ISS를 조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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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중국은 2011년 자체 개발한 우주정거장 ‘톈궁 1호’를 쏘아 올려 미국·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도킹 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하지만 2016년 3월 지구와 교신이 끊겼고 2018년 남태평양에 떨어졌다. “다른 나라에 피해를 줄 뻔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중국은 우주 굴기를 이어갔다.

CNN은 중국 정부가 지난 10년간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면서 우주 탐사 기술도 빠르게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2019년 1월에는 무인 탐사선 창어 4호를 발사해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착륙시켰다. 이후 지난해 12월 창어 5호도 달에 착륙시켜 달 토양을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1960년대 미국, 1970년대 구소련에 이어 40년 만이었다.

러시아와 손을 잡으면서 중국의 우주 굴기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중·러 우주 연합은 구소련의 영광을 재건하려는 러시아와도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최근 러시아는 향후 5년간 3차례 달을 탐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장 오는 10월 1일 루나25를 발사해 달 남극 인근에 착륙시킬 계획이다. 1976년 달 착륙선 루나24를 발사한 뒤 45년 만이다. 미국 중심의 유인 달 기지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보다 중국과 손을 잡는 게 주도권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앞서 창어7(중국), 루나27(러시아) 프로젝트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중국은 2027년까지 창어7을 달의 남극에 보내고, 러시아는 달에 유인 정착지를 세우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탐사 로버 루나27을 보낼 계획이다.

미국은 현재 2024년까지 달에 우주비행사를 보내고, 2028년부터 사람을 상주시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호주·캐나다·일본·이탈리아·룩셈부르크·아랍에미리트(UAE) 등 7개국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고 협정을 체결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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