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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2005년 파주·운정 수사 경험…LH 의혹 시간 끌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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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4일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 서초구 자택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내부 정보 이용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즉각적인 검찰 직접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청와대와 정부가 ‘정부 조사 후 경찰 수사’를 해법으로 제시한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공적 정보 도둑질, 망국의 범죄” #정부 합동조사 뒤 경찰 수사 방침 #수사 노하우 있는 검찰 배제 논란

윤 전 총장은 7일 중앙일보 등과의 통화에서 “공적 정보를 도둑질해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망국의 범죄인 만큼 땅과 돈의 흐름을 좇아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련 의혹 조사가 국무총리실 주도의 정부 합동조사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조사로 시간을 끌면 증거 인멸 우려가 큰 만큼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검찰 직접 수사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2005년 2기 신도시 조성 당시 고양지청에서 파주·운정지구 투기 의혹을 직접 수사한 경험이 있다”며 “(LH 직원 등) 토지 등기부등본에 있는 사람만 불러 조사할 게 아니라 투자 가치가 큰 땅과 관련해선 돈의 흐름을 추적해 실소유주를 밝혀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4월 재·보궐 선거를 의식해 조사·수사를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여야를 막론하고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신속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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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와 정부에서는 ‘국무총리실 주도의 정부 합동조사 후 경찰 수사’를 해법으로 제시한 상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이날 경기남부경찰청이 수사 중인 이 사건을 ‘국수본 집중 지휘 사건’으로 지정해 ‘부동산 투기 사범 특별수사단’을 꾸리기로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5일 대검찰청에 “부동산 전담 검사를 지정해 경찰의 영장 신청을 신속히 검토하고 사건이 송치되면 엄정히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 수사 지휘 및 기소에만 주력하라는 취지다.

결과적으로 1, 2기 신도시 수사 때 총 138명의 공직자를 구속하는 등 대규모 부동산 투기 수사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검찰은 이번 LH 수사에서 사실상 배제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검찰은 올해부터 LH 같은 공공기관의 경우 임원급 이상만 수사할 수 있다. 임원급의 투기 의혹이 나온다 하더라도 검찰 수사권 박탈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검찰에 수사를 맡길지는 의문인 상황이다. 윤 전 총장 발언은 이런 상황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LH를 산하기관으로 둔 국토부 등 행정부 자체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며 “광범위한 조사나 계좌추적·압수수색 등 강제 수단을 동원한 객관적인 물증 확보를 위해선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경찰은 ‘특정’한 멧돼지를 잡은 경험은 많지만 산 속에 있는 모든 멧돼지를 잡아본 경험은 많지 않다”며 대형 인지수사 경험이 많지 않은 경찰의 수사력에 우려를 표명했다.

◆홍남기 “관련자 부동산등록제 검토”=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는 공공기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참담하다. 개인 일탈이면 일벌백계하고, 구조적 문제로 확인되면 시스템적으로 예방구조를 확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며 사과했다. 이어 “토지개발, 주택업무 관련 부처·기관의 해당 직원들은 원칙적으로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거래를 제한하고 불가피한 토지거래의 경우에는 신고토록 하겠다”며 “부동산등록제 등 상시 감시할 수 있는 체제의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중·하준호 기자, 세종=손해용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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