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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한 PET병서 섬유 뽑아내···완판 된 친환경 패션 아이템

중앙일보

입력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공동주택에서 유색 페트병과 무색 페트병의 분리배출을 시행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붙은 음료와 생수 무색(투명) 페트병만 넣어달라는 안내문. [뉴스1]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공동주택에서 유색 페트병과 무색 페트병의 분리배출을 시행했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붙은 음료와 생수 무색(투명) 페트병만 넣어달라는 안내문. [뉴스1]

이번엔 ‘K-폐페트(PET)병’이다.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패션업계가 집중하고 있는 지속 가능성에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서 재생 섬유로 재탄생하는 폐PET병은 절반 가까이(연간 약 2만2000t)가 수입산이다. 국내산은 약 2만9000t, 국내에서 생산되는 PET병의 약 10% 수준이다. 지난해 말 환경부가 발표한 폐PET병 수입량은 지난해만 7만8000t으로 추정된다. 폐PET병 국산화 문제가 등장한 배경이다.

이런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PET병 쓰레기가 급격히 늘고 환경부가 지난해 말 투명 PET병 분리수거를 의무화하면서다. 이전에는 유색 PET병이 뒤섞인 데다 라벨을 제거하기 어려워 의류 용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섬유를 뽑아내기 어려웠다. 코로나19라는 시대적 상황과 정부 정책이 맞물리면서 올해 ‘K-rPET’(국산 리사이클링 PET 원료)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서울 폐PET병’으로 만든 옷 첫 출시 

국내 최초로 서울에서 수거한 PET병으로 만든 ’러브서울’ 에디션 중 대표 상품인 니트 짚업 조거세트(왼쪽)와 지난해 6월 출시한 제주에디션 투웨이쇼퍼백. [사진 플리츠마마]

국내 최초로 서울에서 수거한 PET병으로 만든 ’러브서울’ 에디션 중 대표 상품인 니트 짚업 조거세트(왼쪽)와 지난해 6월 출시한 제주에디션 투웨이쇼퍼백. [사진 플리츠마마]

국내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인 플리츠마마는 지난해 6월 섬유업체 효성티앤씨와 함께 제주도에서 수거한 PET병을 원사로 만들어 가방과 옷 등 패션 아이템으로 제작했다. 제주 부속 섬인 추자도와 우도까지 프로젝트를 확대했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추자 에디션(2종)은 출시 당일 완판에 이어 현재 5차 발매분까지 모두 팔렸다.

올해엔 서울에서 좀 더 체계적으로 두 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PET병 수거-원사 제작-패션아이템 제작’ 등 3각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투명 PET병 별도 분리배출 사업을 통해 고품질 투명 PET병을 수거하면 효성티앤씨가 이를 재생 원사 ‘리젠서울’로 만드는 식이다. 플리츠마마는 국내 최초로 ‘리젠서울’로 만든 신제품 ‘러브서울 에디션’ 총 8종을 10일에 첫선을 보인다.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는 “리사이클(Re-cycleㆍ재활용)에 주체적 자원순환의 의미를 더해 내가 버린 PET병을 아름다운 패션으로 다시 가져온다는 ‘미사이클(Me-Cycle)’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아웃도어 업체들도 속속 뛰어들었다. ㈜비와이엔블랙야크(이하 블랙야크)는 지난해 8월 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과 함께 국산 폐PET병으로 만든 ‘K-rPET 재생섬유’에 아웃도어 기능성을 더한 티셔츠를 선보였다. 이후 환경부, 강원도, 강릉시, 삼척시 등 지자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자원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올해 자사 브랜드인 ‘나우’와 ‘힐크릭’ 등과 함께 이를 활용한 패션 아이템을 출시할 예정이다.

노스페이스도 지난달 제주에서 수거한 PET병을 재활용해 16개 스타일의 ‘노스페이스 K에코(K-ECO) 삼다수 컬렉션’을 출시했다. 지난 1월 제주특별자치도·제주삼다수(제주개발공사), 효성티앤씨와 체결한 MOU에 따라 제주에서 수거된 PET병 100t을 재활용해 만든 첫 번째 캡슐 컬렉션이다.

'친환경' 잘 팔리네…제2의 뽀글이 열풍 기대

노스페이스가 제주에서 수거한 PET병으로 만든 K-에코 삼다수 컬렉션을 착용한 홍보대사 김요한. [사진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가 제주에서 수거한 PET병으로 만든 K-에코 삼다수 컬렉션을 착용한 홍보대사 김요한. [사진 노스페이스]

‘K-rPET’ 시장은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노스페이스의 경우 2019년 PET병 370만개를 재활용해 출시한 '에코 플리스 컬렉션'이 '친환경 뽀글이' 열풍 속에 완판 기록을 세웠다. 이에 지난해 1차 생산물량만 전년도의 두 배 이상으로 늘린 데 이어 봄 시즌 신제품도 추가로 출시했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패션업계에서 ‘뽀글이’ 경쟁이 격화됐는데 PET병 재활용 소재를 일찌감치 적용해 차별화에 성공한 것 같다”며 “이 열풍을 K에코 삼다수 컬렉션을 통해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PET병 제조업체의 변화도 K-rPET 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다. 재활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유색 PET병을 투명으로 교체하고, 라벨 제거를 쉽게 하거나 아예 없애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관계자는 “국내 재생섬유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분리수거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한 만큼 확대될 것”이라며 “PET병을 단순히 쪼개고 녹여서 만드는 현재의 물리적 재활용을 넘어 폐의류 등을 활용해 고품질의 의류를 생산하는 화학적 재활용으로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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