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환경 라이프

홍남기·호날두도 입었다…페트병 재활용옷 ‘촉감’은?

중앙일보

입력 2021.02.28 07:0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추진본부 회의에서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재활용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당정추진본부 회의에서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재활용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 뉴스1

지난달 한국판 뉴딜 당정추진본부 회의에 참석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관계부처 장·차관들이 남색 단체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 재킷은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가 버려진 페트(PET)병으로 만든 옷으로, 한 벌당 500mL 폐페트병 32개가 쓰였다.

효성, 섬유기업 최초로 의류 판매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에서 다섯번째)와 최기영 과기부 장관, 이재갑 고용부 장관, 전해철 행안부 장관 등이 친환경 단체복을 입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왼쪽에서 다섯번째)와 최기영 과기부 장관, 이재갑 고용부 장관, 전해철 행안부 장관 등이 친환경 단체복을 입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페트병을 재생해 옷·가방·신발을 만드는 친환경 패션이 뜨고 있다. 해외에서는 수년 전부터 인도양에 버려진 페트병으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프로 축구 선수의 유니폼을 만드는 등 재생 의류에 관심이 컸다. 국내에서도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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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기업의 친환경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효성그룹의 섬유 사업 자회사인 효성티앤씨는 지난 8일 자사의 친환경 의류 브랜드 ‘G3H10’을 선보였다. 국내 섬유 기업이 의류를 제작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품은 페트병을 재활용해 생산한 자체 원사 브랜드 리젠 섬유로 만들어졌다.

“소재 고급스럽지 않아도 착용감 괜찮아”  

노스페이스가 제주특별자치도와 협력한 '노스페이스 K에코 삼다수 컬렉션'의 재킷을 착용한 홍보대사 김요한. 사진 노스페이스

노스페이스가 제주특별자치도와 협력한 '노스페이스 K에코 삼다수 컬렉션'의 재킷을 착용한 홍보대사 김요한. 사진 노스페이스

폐페트병으로 옷을 만드는 과정은 이렇다. 우선 폐페트병을 수거해 분리하는 작업을 거친다. 이후 워싱 업체가 오염물을 제거하고 쌀알 모양으로 플레이크(조각)화한다. 이렇게 나온 플레이크는 칩 제조업체로 옮겨진다. 칩 제조업체는 플레이크를 250~280℃ 온도로 녹이고, 불순물을 제거해서 실로 만들어낸다. 마지막으로 이 실을 의류제조사가 완성품으로 만들어 낸다.

그렇다면 일반 옷과 비교해 착용감을 어떨까. 평소 스위스 업사이클링(재활용품에 가치를 높인 제품) 브랜드인 프라이탁 가방을 즐겨 메는 대학원생 이모(32)씨는 “폐페트병으로 만든 의류의 소재가 고급스럽다는 느낌은 아니지만, 보통의 옷과 비교해 착용감이 크게 떨어지진 않는다”며 “제품의 질 자체보다는 가치 소비라는 측면에서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폐페트병 중 10%만 재활용 가능

친환경 소재로 만든 숏패딩을 착용한 노스페이스 홍보대사 로운. 사진 노스페이스

친환경 소재로 만든 숏패딩을 착용한 노스페이스 홍보대사 로운. 사진 노스페이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 친환경 의류를 만들기 위해선 연 2만t 이상의 폐페트병을 일본, 대만 등에서 수입해야 한다. 국산 페트병은 오염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배출되는 폐페트병은 약 29만t인데, 이 중 10%인 3만t 정도만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최근 국내 지자체와 협력해 직접 페트병을 모아 재생 의류를 만드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는 지난해 화학섬유 제조기업 티케이케미칼과 협력해 국내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K-rPET(케이-알피이티) 재생 의류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환경부·강원도·강릉시·삼척시·서울 강북구 등과 협력해 페트병도 직접 수거한다.

블랙야크 관계자는 “국내 페트병 분리배출 비율이 80%로 높지만, 의류용 섬유로 재활용되는 비중은 매우 낮다”며 “해외에서 페트병 원료를 수입해 옷을 만드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국내 쓰레기를 재활용해 옷을 만드는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고 앞으로 페트병을 더 수거해 관련 상품을 늘릴 방침”이라고 했다.

노스페이스 제주 페트병 100t 재활용한다 

블랙야크 페트병 재활용 티셔츠를 입은 모델이 친환경 페트병을 들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블랙야크 페트병 재활용 티셔츠를 입은 모델이 친환경 페트병을 들고 있다. 사진 GS리테일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올 한해 제주에서 수거될 약 100t의 페트병을 재활용해 친환경 제품을 제작할 예정이다. 노스페이스는 지난 1월 제주특별자치도·제주삼다수(제주개발공사) 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제주에서 버려지는 국내산 페트병을 수거해 의류·가방 등을 만들기로 했다. 노스페이스는 지난해 500mL 페트병 1082만 개를 재활용해 ‘에코 플리스 컬렉션’을 출시한 바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친환경 패션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가 아시아 6개국 1만6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는 ‘윤리적 가치 소비를 한다’는 비율이 26%로 6개국 중 가장 높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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