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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쓴 플라스틱도 다시 보자” 정유·화학업계, 친환경 올인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5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주민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뉴스1]

지난달 5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주민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고 있다. [뉴스1]

국내 정유·화학업계가 친환경 사업에 골몰하고 있다. 전 세계에 확산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다. 정부가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탄소 국경세 도입을 예고하는 등 각국의 저탄소 정책에 속도가 붙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사업을 수익화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폐플라스틱 재생 사업이다. SK종합화학은 최근 미국 브라이트마크와 폐플라스틱 열분해 유 상용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재생 연료 생산기업인 브라이트마크는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납사(나프타)로 만드는 열분해 유 제조기술을 갖고 있다. SK는 이 회사와 손잡고 올 상반기까지 열분해 설비 투자 관련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GS칼텍스는 지난달 27일 아모레퍼시픽과 플라스틱 공병 재활용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매년 아모레퍼시픽의 플라스틱 공병 100톤을 재활용해 친환경 복합수지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복합수지는 화장품 용기,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등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기능성 플라스틱이다. 국내 정유사 중 GS칼텍스만 생산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화장품 공병의 63%가 플라스틱”이라며 “2025년까지 아모레퍼시픽의 제품 용기 절반을 친환경 복합수지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폐PET병으로 의류도 생산

효성티엔씨와 노스페이스는 제주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재활용 섬유를 만들어 재킷과 티셔츠를 생산하기로 했다. [사진 효성]

효성티엔씨와 노스페이스는 제주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재활용 섬유를 만들어 재킷과 티셔츠를 생산하기로 했다. [사진 효성]

폐페트(PET)병은 옷과 가방 등으로 재생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2월 친환경 제품 제조업체인 LAR와 친환경 가방과 운동화를 만들어 내놨다. 금호섬유공업이 수거한 페트병을 원료로 하고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원사·원단을 만들어 공급하는 등 협업했다. 올 상반기 중에는 비욘드·리벨롭 등 스타트업과 함께 의류와 파우치를 제작하기로 했다.

효성티앤씨는 제주도·서울시와 폐페트병으로 친환경 섬유를 생산하는 내용의 MOU를 잇달아 체결했다. 제주에서 수거한 페트병으로 만든 섬유에는 ‘리젠제주’라는 명칭을 붙였다. 연말까지 노스페이스를 통해 재킷·티셔츠 등의 제품으로 만든다. 서울 강남·금천·영등포에서 수거한 투명 페트병으로 만든 재활용 섬유 ‘리젠서울’은 플리츠마마를 통해 친환경 가방과 의류로 변신할 예정이다.

썩는 플라스틱 개발 열풍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아젠다 주간’에서 LG화학의 ‘2050 탄소중립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 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온라인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 ‘다보스 아젠다 주간’에서 LG화학의 ‘2050 탄소중립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사진 LG화학]

썩는 플라스틱·비닐 개발에 매진하는 기업도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100%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옥수수에서 추출한 포도당과 글리세롤로 만들었지만, 석유로 만든 일반 플라스틱과 내구성이 비슷하다.

2009년 세계 최초로 친환경 생분해 필름을 개발했던 SKC는 식품 포장재, 의류, 도서 포장재 등으로 적용 제품을 확대하고 있다. 목재 펄프 추출물을 활용해 기존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강도를 강화한 소재도 올해 안에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유·화학업계의 친환경 사업은 시장 확보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상황이다. EU는 2023년, 미국은 2025년부터 탄소 국경세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업종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홍석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저탄소 정책 기조 강화로 정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친환경 제품 개발을 통해 종합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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