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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수사권 박탈은 법치말살" 尹 강경메시지 뱉은 세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은 2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검찰은 서민들을 괴롭히는 세도가들의 갑질과 반칙을 벌해서 힘없는 사람들이 숨 쉴 수 있게 해주는 영역(6대 중대 범죄 수사권)만 남았다"며 "그것마저 박탈하면 우리 사회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 여권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 등을 골자로 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을 힘으로 밀어붙이려 하자 윤 총장이 직접 직(職)을 걸고 국민 설득에 나섰다. 평소 언론 인터뷰에 나서지 않았던 윤 총장이 여권의 중수청 설치법안 발의를 앞두고 "민주주의의 퇴보" "헌법 정신의 파괴"라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뭘까.

①"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 파괴"

첫 번째 이유는 윤 총장은 중수청 입법에 대해 "단순히 검찰 조직이 아니라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법치를 말살하는 것이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검찰이 중대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공소유지까지 해야 할까. 검찰 관계자는 "검사가 경찰보다 훌륭하거나 우월하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며 "재판에서 공방을 벌여봐야 재판에서 어떤 게 쟁점이 되고, 어떤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수사가 필요한지 쉽게 파악이 된다. 그런 경험이 없으면 무분별하게 여러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데, 그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말했다.

중수청 입법을 추진하는 여권 의원들의 생각은 이와 정반대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달 8일 발의한 중수청 설치법안에서 "형사 사법 절차에서의 수사 구조를 재설계해 수사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달 23일 오전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황 의원은 ″중수청 시행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전날 대통령이 내놓은 '중수청 시기 상조' 란 메시지와는 반대되는 것이어서 여당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자초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뉴스1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달 23일 오전 열린 '수사-기소 완전 분리를 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입법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황 의원은 ″중수청 시행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며 속도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전날 대통령이 내놓은 '중수청 시기 상조' 란 메시지와는 반대되는 것이어서 여당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자초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뉴스1

②"수사·기소 분리되면 기득권 반칙 대응 못 해"

윤 총장은 "수사는 기소와 공소유지의 준비 과정"이라며 "이것이 분리되면 사회적 강자와 기득권의 반칙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지 못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부당한 돈을 횡령하면 감옥도 가야 한다. 하급자만 처벌받고 상급자들은 처벌 안 받으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나"라며 "'메스'를 들이대지 않으면 국회에서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법은 지켜지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에서도 수사·기소의 유기적 결합은 중요하다. 검찰 관계자는 "공동체의 근간 흔드는 기득권 세력의 중대 범죄, 권력형 비리나 대규모 금융경제사건은 검사가 직접 수사하고 소추(기소)해 최종심 공소유지까지 담당하지 않으면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수청 입법자들은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집중된 권한집중형 수사구조는 각종 권한 남용과 부패 비리 사건을 야기한다"고 본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민주주의에서 모든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견제와 균형'"이라며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기소가 분리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추진 주요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추진 주요 일지.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③"중대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 부정하는 국가 없어"

윤 총장은 "어떤 경우에도 중대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부정하는 입법례는 없다"는 입장이다. 여당이 영국의 특별수사검찰청(SFO)을 모델로 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검찰 제도도 없던 영국이 특수청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수사·기소를 분리한 게 아니라 수사·기소를 융합한 것이고, 그 조직이 특수청인 SFO"라고 짚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려는 여당의 중수청과 달리 수사와 기소·공소유지 기능이 통합돼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반면 중수청 옹호론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OECD 국가 대부분의 검찰이 갖고 있는 권한은 기소권 그리고 보완수사요구권이고, 직접수사권 보유는 예외적"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은 일본‧미국‧독일 등에서 검사에게 '직접수사권'이 있다고 맞섰다. 대검 구승모 국제협력담당관에 따르면 일본은 정치인, 공직자 등의 뇌물수수 등 부패범죄, 기업범죄 등에 대한 독자 수사가 가능하고, 미국은 중대 사건에 대해 연방 수사관들과 수사 개시부터 함께 수사 전략까지 긴밀하게 협력하는 방법으로 직접 수사를 벌인다. 독일 역시 검사가 직접 수사하기 위하여 중점 검찰청 제도를 운용 중이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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