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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유혈사태 부른 미얀마 군부를 규탄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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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달 8일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군경과 대치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저항의 의미로 검지·중지·약지를 세우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붉은색으로 X표 쳐진 사진의 주인공은 쿠데타의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이다. [AP=연합뉴스]

지난달 8일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군경과 대치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가 저항의 의미로 검지·중지·약지를 세우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붉은색으로 X표 쳐진 사진의 주인공은 쿠데타의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이다. [AP=연합뉴스]

미얀마엔 ‘피의 일요일’이었다. 지난달 1일 군부의 쿠데타 이래 한 달 만인 28일,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해 최악의 유혈 사태가 났다. 유엔인권사무소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이날 최소 18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 보도는 이보다 많아, 양곤 등 9개 도시에서 확인된 사망자만 19명이고 미확인 사망자도 10명이라고 한다.

앞서 지난달 9일 수도 네피도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총상을 입은 20세 여성이 열흘 만에 끝내 숨졌으며, 20일 미얀마 제2 도시인 만달레이의 한 조선소에서 파업을 벌인 근로자와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군경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달 사이 30여 명이 숨지고 1000명 넘게 체포됐다고 한다.

미얀마 군부의 유혈 진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 강경 대처는 더한 비극을 초래할 뿐이다. 이제라도 민주화 열망을 인정해야 한다. 총알은 신념을 뚫지 못한다. 50년 군부의 철권통치에 시달렸던 미얀마 국민은 더는 군정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 왔다. 수십 명이 목숨을 잃은 2007년 샤프란 항쟁을 통해서, 또 민정 이양 이후 치러진 2015년, 2020년 총선을 통해서다. 특히 지난해 11월 총선에선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상·하원 471석 중  396석을 차지했다. 압도적 민심이다.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에 나선 것도 곧 권력을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일 것이다. 그러나 그게 국민의 뜻이다.

국제사회도 “유엔이 행동에 나서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체가 필요한가”란 미얀마 국민의 호소에 응답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유엔 등이 즉각 미얀마 군부에 강한 유감을 표시하며 유혈 진압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 논의도 신속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미 미국은 주요 인물들을 제재 리스트에 올린 데 이어 추가 제재안을 마련 중이고, EU도 곧 제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외교부가 세 차례 성명을 통해 폭력 사용 자제를 강력히 촉구했지만 “미얀마 군과 경찰 당국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민간인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을 규탄한다”며 군부를 지목해 비판한 건 지난달 28일 밤이 돼서였다. 40여 년 전 5·18 민주화운동을 겪은 우리로선, 더욱이 “오월의 전남도청 앞 광장을 기억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라면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국제사회의 노력을 적극 선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