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한·일 관계 개선, 행동과 실천 뒤따라야

중앙일보

입력 2021.03.02 00:04

지면보기

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1일 3ㆍ1절 기념사에서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래지향적 한ㆍ일 협력은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문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3ㆍ1절 기념식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일 3ㆍ1절 기념사에서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미래지향적 한ㆍ일 협력은 말로만 그칠 게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문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3ㆍ1절 기념식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미래지향적 한·일 협력을 강조했다. 취임 이후 4년 가까이 대일 강경 자세로 일관하던 문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것은 평가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한·일 관계 경색의 최대 원인인 위안부 및 강제징용 문제 판결에 대한 해법은 내놓지 않아 알맹이가 빠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밝힌 협력 의지가 실질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허심탄회한 대화와 현안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를 비롯한 일본 지도자와 정부도 이에 호응하길 촉구한다.

‘과거에 발목 잡힐 수 없다’는 대통령
늦었지만 화해 의지 보인 것은 다행
관건은 강제징용 등 현안 해법 마련

문 대통령의 어제 기념사는 지난 몇 차례의 3·1절이나 8·15 연설에 비하면 가장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화해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2018년 3·1절에는 “전쟁 시기 반인륜적 행위는 끝났다는 말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했고, 이듬해에는 “친일 잔재 청산은 너무나 오래 미뤄둔 숙제”라고 했다. 문 대통령뿐 아니라 청와대 참모나 각료들이 나서 반일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일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한·일 관계를 역대 최악으로 몰고가는 데 일조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왜 진작 협력 의지를 보이지 않았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정말 중요한 건 지금부터의 노력이다. 극도의 한·일 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양국 신뢰가 바닥을 드러내 좀처럼 회복이 힘든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취임한 지 20일이 지나도록 양국 외교장관 사이의 전화 통화조차 이뤄지지 않은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강창일 주일대사도 1월 하순 일본에 도착한 이래 스가 총리는커녕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상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신임 주한 일본대사 역시 정 장관을 만나지 못했다. 우선은 외교당국 간 레벨에서부터 이런 현실을 타개해야만 한다. 관계가 이 지경에까지 이른 책임은 어느 한쪽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일본 정부도 지금까지의 대한 강경 일변도에서 벗어나 성의 있는 자세로 돌아서길 촉구한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도쿄 올림픽 협력과 방역 협력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한·일 관계가 개선되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하는 한·미·일 협력이나 북한을 염두에 둔 올림픽 협력만을 강조하다 보면 본연의 한·일 관계 개선 의지 자체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결국 관건은 강제징용·위안부 등 현안 문제의 해법을 어떻게 찾느냐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얼마나 호응하고 나올지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현안 해결을 위한 보다 전향적이고 건설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일본과의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실무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외교당국 간 대화의 급을 격상시키는 일도 서둘러야 한다. 진정으로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다면 이제부터는 행동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한·일 양국이 모두 마찬가지다.

모비온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