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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실, 외국선 말기환자 대부분 이용

중앙일보

입력

"말기 환자가 편안히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우리도 임종실을 둬야 한다."

'영안실만 있고 임종실은 없다'(본지 7월 8일자 1면)는 보도가 나간 뒤 외국의 임종실 설치 상황이나 기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국에선 말기 환자들을 돌봐주는 호스피스센터에 임종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추세다. 또 임종실을 일반 가정집처럼 꾸며 환자가 집에서 임종하는 느낌을 받도록 하고 있다. 환자의 공포나 고통을 가급적 줄여 객사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은 연방법에 모든 호스피스 기관은 임종실을 별도로 두고 환자 가족들이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을 함께 갖추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만 호스피스센터도 의무적으로 임종실을 둬야 한다. 대표적인 곳이 기독교 단체가 운영하는 타이베이의 매케이 호스피스센터다. 병원과 별도의 4층짜리 건물로 돼 있어 병원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아파트와 비슷하다. 호스피스센터에는 말기 환자를 위한 63개의 병상이 있으며 임종실이 한 곳 있다. 호스피스센터나 임종실을 이용할 경우 하루 17만~19만원의 수가가 인정되며 이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일본은 법으로 강제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호스피스 기관이 임종실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1998년 호스피스 병동 병실의 절반 이상을 1인실로 하되 환자 한명당 병실 면적을 2.4평 이상으로 규정했다. 수가는 하루 3만8000엔(약 40만원)으로 책정했다. 일본 호스피스 센터 중에는 '피스 하우스'가 가장 오래됐다. 병원에 딸려 있지 않고 독립된 시설로 운영된다. 센터에 들어서면 정원이 먼저 눈에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임종실은 병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산소호흡기 등 의료기구가 액자 뒤에 보이지 않게 설치돼 있다. 오사카적십자병원의 호스피스센터인 '레이크 하우스'도 모범사례다. 병원 건물과는 거리를 두고 인공 호숫가 바로 앞에 산뜻하게 꾸몄다. 일반 가옥 같은 건물이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과장은 "일본에선 2002년 암 사망자의 2%가 호스피스센터의 임종실에서 죽음을 맞았다"고 말했다. 또 700병상 규모의 영국 옥스퍼드대 병원은 15병상의 호스피스센터를 갖추고 있으며 여기에 임종실 한 곳을 운영 중이다. 복잡한 병원에서 500여m 떨어진 한적한 숲에 자리 잡고 있다. 임종을 맞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 가급적 편안한 시간을 보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올해 충남대 병원 등 5개 기관에서 말기암 환자 호스피스 사범사업을 시작했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이 사업 지침에 따르면 임종실을 추가로 갖출 수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다. 복지부 유근혁 암관리과장은 "올해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내년 중 임종실을 포함한 호스피스 기관의 시설 기준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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