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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상서로운 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얼마 전 입춘(立春)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글 가운데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을 풀이한 구절이 나온다. ‘새봄이 시작되니 상스럽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뜻이라고 해석해 놓았다.

이 글을 보고 독자분께서 메일을 보내셨다. 풀이 가운데 ‘상스럽고’의 의미가 문맥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스럽다’는 말이나 행동이 보기에 천하고 교양이 없다는 뜻이므로 문장에서 의미가 통하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메일을 읽는 순간 ‘아이쿠’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글을 쓸 때 조금이라도 의심나는 사항이 있으면 사전을 뒤져 확인하곤 하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미처 몰랐다. ‘상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뜻이 되므로 망언(妄言)이나 다름없다.

무엇을 잘못 쓴 것일까? ‘상서롭고’가 맞는 말이다. 발음이 비슷하다 보니 별생각 없이 ‘상스럽고’를 쓴 것이다.

‘상서(祥瑞)롭다’는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는 뜻이다. ‘상서로운 일’ ‘상서로운 징조’ 등처럼 쓰인다. 평소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상스럽다’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니까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은 ‘새봄이 시작되니 상서롭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바란다’는 뜻이라고 해야 한다. ‘상서로운 일’은 좋은 일이고 ‘상스러운 일’은 좋지 않은 일이므로 서로 반대가 된다. 독자들에게 사과드리며 앞으로는 더욱 주의해 쓸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지적해 주신 독자분께 감사드린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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