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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한참때’일까, ‘한창때’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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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의 전성기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내가 (한참때/ 한창때)는 한 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나도 (한참때/ 한창때)는 어마어마하게 잘나갔다” 등과 같은 표현이다. 그렇다면 괄호 안에는 어떤 단어가 적절한 말일까?

기운이나 의욕이 가장 왕성한 때를 가리키는 경우 이처럼 ‘한참때’나 ‘한창때’ 어느 것이 맞는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한참’과 ‘한창’은 각각 의미가 다른 단어이므로 문맥에 따라 정확한 것을 골라 사용해야 한다.

‘한참’은 ‘시간이 상당히 지나는 동안, 오랫동안, 한동안’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너를 한참 동안 기다렸다” “강물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한참 뒤에 도착했다” 등과 같이 쓰인다.

‘한창’은 어떤 일이 가장 활기 있고 왕성하게 일어나는 때 또는 어떤 상태가 무르익은 때를 뜻한다. “남해에는 벌써 봄이 한창이다” “폭설이 내린 강원도에서는 제설 작업이 한창이다” 등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한참’은 시간의 흐름에, ‘한창’은 특정한 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두의 예문에서는 두 문장 모두 기운이나 의욕이 가장 왕성하고 활발한 때를 뜻하므로 ‘한참때’가 아니라 ‘한창때’가 맞는 말이다.

기운이 한창인 젊은 나이를 표현할 때도 “한참나이에 놀기만 해서야 되겠느냐”에서와 같이 ‘한참나이’라고 쓰는 경우를 볼 수 있으나 이 역시 ‘한창나이’가 바른말이다.

‘한창때’는 ‘한창’과 ‘때’, ‘한창나이’는 ‘한창’과 ‘나이’가 만나 이루어진 합성어다. 이들은 한 단어이기 때문에 모두 붙여 써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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