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가장 어쩌나…15~19세 일자리 역대 최대 감소

중앙일보

입력 2021.02.23 00:02

업데이트 2021.02.23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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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폭행을 일삼는 아버지를 피해 2019년 가출한 A군(18). 식당 아르바이트로 월 120여만원을 벌어 고시원에서 살았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은 뒤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빚만 커졌다. 그는 지난해 말부터 경기도의 한 청소년쉼터에서 지내며 새로운 일자리를 찾고 있다.

1월 10대 취업자 감소율 28.8%
코로나, 무인 계산대 도입 후폭풍
“제일 먼저 해고…알바도 별따기”

마재순 청소년쉼터협의회장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무인계산대 같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자 가장 먼저 해고된 계층이 10대 청소년”이라고 말했다. 그는 “쉼터 소장 10명 정도와 얘기했는데 현재 알바를 하는 친구가 10%도 안 되더라”며 “아이들은 일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니 물질적·정신적으로 스트레스가 크다”고 덧붙였다.

김균섭 대전남자단기청소년쉼터 소장도 “생활고가 심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입소하는 경우가 우리 쉼터에서 지난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10대 청소년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분류되는 이들 가운데선 A군처럼 벌이가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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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5~19세 취업자는 16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6000명(18.2%) 감소했다. 감소 인원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졌던 2018년(4만2000명) 다음으로 많고, 감소율은 역대 최대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가 0.8% 줄어든 것을 고려하면 유독 15~19세의 타격이 두드러진다.

올해 1월에는 더 나빠졌다. 지난해 1월 대비 취업자 감소 인원은 5만9000명, 감소율은 28.8%로 둘 다 1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10대 일자리가 거의 10개 중 3개꼴로 사라진 셈이다.

10대 많이 일하는 식당·서비스업, 거리두기 직격탄

고용률도 지난해는 6.6%로 전년 대비 1%포인트 낮아졌고, 올 1월에는 6.2%로 지난해 1월(8.1%)에서 2%포인트 가까이 급감했다.

사라지는 10대(15~19세) 일자리

사라지는 10대(15~19세) 일자리

청소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하려고 여러 곳에 전화했는데 어려서 안 된다고 한다” “요즘은 힘든 시기라 정말 생계가 힘든 분들을 위해 그만뒀다” 등의 글이 올라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하는 15~19세 중에는 소년·소녀 가장으로, 스스로 생활비와 학자금을 마련하려는 학생도 많다”며 “일할 기회가 줄면서 이들은 더 낮은 임금, 더 열악한 근로 환경으로 내몰릴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는 10대 후반 인구가 줄어든 인구 구조적 요인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15~19세 인구 감소율은 7.6%다. 취업자 감소율(18.2%)보다 훨씬 낮다. 다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얘기다.

코로나19의 장기화가 ‘주범’으로 꼽힌다. ‘2019 경제활동인구연보’를 보면 15~19세 취업자의 79.3%는 임시·일용직으로 일한다. 학업을 병행하거나 한 곳에서 일할 여건이 되지 않다 보니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바 찾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알바몬이 이달 아르바이트 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3.5%가 ‘코로나19 이후 알바 구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대답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서비스업종이 직격탄을 맞은 여파도 크다. 15~19세가 가장 많이 일하는 곳은 도소매·음식·숙박업(60.6%)인데, 지난해 일자리가 증발한 대표 업종으로 꼽힌다.

다른 연령대보다 업무 숙련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장기간 근속이 힘들다는 점도 고용시장에서 배제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또 감원하게 되면 가족이 있는 40~50대보다는 10대를 내보내는 게 고용주는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주휴수당 문제까지 겹치면서 이들을 고용하는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고용주 입장에선 같은 임금을 준다면 10대보다는 나이 많은 성인을 쓴다”고 설명했다.

손해용·이에스더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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