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제"가 몸을 망친다.

중앙일보

입력

명탐정 셜록 홈즈와 세기의 두뇌대결을 펼친 소설 속 주인공은 괴도 루팡.

변장의 귀재인 루팡이 하루는 여자로 변장을 하고 시내 복판을 지나갔다. 아무도 그가 여장남자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나 셜록 홈즈, 한눈에 수배자 루팡임을 알아채고 뒤쫓아가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내가 여자가 아니란 걸 어떻게 알았소?" 루팡은 너무나 궁금했다. 홈즈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간단하지. 내가 백화점 앞에 서 있을 때 당신이 내 앞을 지나갔어. 그런데 당신은 멋진 코트가 걸려있는 쇼윈도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가더군. 진짜 여자가 아니란 결정적 증거였지."

멋진 옷, 고급스런 액세서리에 눈이 돌아가는 건 보통 여자들의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렇다면 남자는? 멋진 글래머 여성을 스쳐갈 때 자동적으로 눈이 돌아간다. 이것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마침 아내와 함께 걸어가는 중이라거나 너무나도 교양있게 보이고 싶은 남성이라도 최소한 곁눈질은 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어떤 여자가 만약 과잉 쇼핑으로 가정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면 쇼 윈도우를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처져서 피해가지 않을까.

어떤 남자가 육감적인 여성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리고 어깨가 오그라들어 피해가고 싶어한다면 이는 십중팔구 더이상 성생활을 감당할 능력이 없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옛 말에 '새벽에도 서지 않는 남자에게는 돈도 빌려주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제 구실을 못하는 남성은 그만큼 정상이 아닌 케이스에 속했던 것 같다.

공기 속에 만연한 다이옥신과 오염된 식탁 때문일까. 요즘 도시 사람들 가운데 발기가 안된다고 호소하는 남성들이 크게 늘었다. 수명이 늘어난 탓일지도 모르지만 발기와 관련한 의약품이나 건강식품, 발기부전 치료법들이 남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덕분에 출처불명의 수입 식품들이 특효 정력제란 미명아래 바가지 요금으로 나돌기도 한다.

비아그라 같은 약품이나 식품으로 일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일시적 처방은 장기적으로 남성의 힘을 보장하지 못할 뿐더러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수입 건강보조제들을 함부로 쓰다가는 몸을 망칠 수도 있다.

남성의 정력이란 모름지기 신체장기의 상태가 건전하고 정상적인 체력이 유지되는 가운데서 나온다. 전립선을 비롯하여 성 장기들의 건강을 회복하고 체력을 회복하는 노력없이 단지 말초의 '발기력'에만 치중하는 처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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