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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특별법 통과돼도…"예타 면제 빼려면 뺄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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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가덕신공항 특별법 제정 촉구 출정식'. [송봉근 기자]

지난 18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가덕신공항 특별법 제정 촉구 출정식'. [송봉근 기자]

 "기획재정부장관은 신공항건설사업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

 지난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서 가장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진 조항이다. 당초 법안심사 소위에서 예타 면제 조항이 삭제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부산지역과 해당 정치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뉴스분석]

 이후 소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제출한 특별법안을 대신한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논란 끝에 '예타 면제' 조항이 되살아났다. 현행 국가재정법 38조에는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건설사업은 예타를 거치게 돼 있다.

 상임위 통과 특별법, 26일 본회의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개략적인 건설비만 7조~11조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당연히 예타 대상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예타통과는 쉽지 않다. 지자체는 물론 중앙정부에서 원하는 사업도 예타의 벽을 넘지 못해 주저앉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투입하는 비용(C) 대비 효용(B)을 따지는 경제성 평가(B/C) 결과가 1.0에 크게 못 미치는 사업은 더 가능성이 떨어진다. 앞서 2011년 정부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조사에서 B/C가 0.7에 그쳐 탈락한 가덕도로서는 예타가 최대의 걸림돌인 셈이다.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자료 부산시]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자료 부산시]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에 예타 면제 관련 규정이 살아 있다는 건 가덕도공항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따져보면 그리 낙관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예타 면제, 강제 아닌 임의 조항

 무엇보다 예타 면제 규정이 "해야 한다"가 아닌 "할 수 있다"라는 점이다. 이는 필요와 상황에 따라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예타 면제를 100%로 자신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예타면제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가덕도신공항특별법 관련 의견에서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에도 다른 일반적인 사업과 같이 ① 기존에 추진해 오던 김해신공항 확장사업에 대한 처리방안 결정, ② 입지 등 신공항 추진을 위한 주무부처의 사전타당성검토 등을 거친 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해 타당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재부가 예타 면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작지 않을 거란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걸림돌은 하나 더 있다. 바로 국토부가 주관해야 할 사전타당성검토다.

 규정대로 시행하는 사타도 부담  

 당초 여야가 제출했던 특별법안에는 사전타당성검토(사타)를 생략 또는 대폭 축소하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대안에서는 사전타당성검토 관련 조항이 아예 빠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안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된 건 사전타당성검토를 규정대로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전타당성검토는 특정 사업을 시행하겠는 정부 방침이 결정되면 시행하는 조사로 ▶사업의 필요성 ▶사업 시행에 따른 위험요소의 예측 ▶사업예정지의 입지조건 ▶사업 규모 및 공사비 ▶사업 시행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따져본다. 기간은 대략 1년 정도 소요된다.

 정부는 물론 지자체도 기재부에 예타를 신청하기 전에 사전타당성검토를 거의 다 거친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국토부에서 기재부에 올릴 예타 대상 사업을 선정할 때는 대부분 사전타당성검토를 거친 사업 중에서 타당성이 높은 걸 고른다"고 말했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결과 발표에서 가덕에 공항을 지을 경우 주변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시스]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영남권신공항 사전타당성검토 결과 발표에서 가덕에 공항을 지을 경우 주변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시스]

 "대선까지 예타 면제 등 논란 계속"  

 만일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대한 사전타당성검토 결과가 모호하게 나올 경우 예타 신청도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이 같은 조건에서 예타 신청을 강행하더라도 기재부에서 예타 면제에 동의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환경영향평가가 규정대로 시행되는 것도 부담일 수 있다. 2016년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은 영남권신공항 후보지 평가에서 "가덕도에서의 산지 절토, 매립 등 막대한 양의 입지조성 공사는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공항업계 안팎에서는 오는 26일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더라도 실제 사업 진행까지는 적지 않은 논란과 시간 소요가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지금 상황이라면 내년에 치러질 대선까지 예타 면제 등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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