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 황우석 교수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초로 사람의 난자를 이용한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길을 연 황우석 서울대 교수가 전세계 난치병 환자와 장애인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황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환자 자신의 조직을 배양해 이식함으로써 난치병이나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의학기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에도 이런 환자, 장애인들로부터 수많은 격려 편지나 e-메일이 황 교수에게 쇄도했다. 그러나 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복제과학 학술회의 참석 후 기자를 만난 황 교수는 이번 회의에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거는 이들의 기대가 얼마나 절박한 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털어 놨다.

의학 치료용 인간배아 복제를 지지하는 미국 민간단체 유전학정책연구소(GPI)가 주최한 이 회의에는 대니얼 휴먼 척수장애연구기금 회장을 비롯한 장애인, 난치병 환자들도 초청돼 의견을 밝힐 기회를 가졌다. 이들은 공식 연설을 통해 유엔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든 형태의 인간복제 금지협약이 통과되지 않도록 해줄 것을 회의에 참석한 각국 외교관들에게 호소하는 한편 황 교수와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는 그가 하루 속히 복제 연구를 재개해 난치병 및 장애 극복의 길을 열어줄 것을 당부했다.

스스로도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척추장애인인 휴먼 회장은 "우리의 유일한 희망은 한국"이라면서 "돈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자금을 모아줄 수 있으니 하루 빨리 연구를 재개해 달라"고 호소했다고 황 교수는 전했다.

6살난 딸 에마의 선천성 당뇨병 치료에 꼭 필요한 복제 연구를 지지해 회의에 참석한 데비 아베돈은 황 교수에게 "배아 줄기세포 배양 연구를 왜 중단했느냐"고 아쉬움을 표시하면서 연구가 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했다. 그는 "국내 여론 때문에 연구가 중단된 것이라면 딸과 함께 한국으로 날아가 우리가 얼마나 간절히 황 교수의 연구가 진전되기를 원하는 지 설명하겠다"고 말했다고 황교수는 밝혔다.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크리스토퍼 리브도 황 교수에게 희망을 거는 장애인 가운데 하나다. 불의의 사고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리브는 이번 회의에 치료 복제를 지지하는 비디오 메시지를 보낸 것은 물론 황 교수를 꼭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 황 교수는 바쁜 뉴욕 체류 일정 가운데 짬을 내 그와 회동키로 했다.

황 교수는 "이와 같은 환자들의 간절한 염원에 응답해 그들에게 새 삶을 주기 위해서도 복제와 줄기세포 연구는 필요하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 연구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몇몇 분야 가운데 하나인 '1형' 당뇨병만 해도 전세계에 환자가 2억명이나 되는데 이들을 완치할 수 있는 의학기술이 개발된다면 그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되겠는가"고 구체적인 예를 들었다.

황 교수는 "타깃 질환 가운데 2, 3개만이라도 치료기술을 실용화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면 삼성전자의 몇 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연구는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가 아니라 한국을 일류국가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그러나 잠정 중단한 난자를 이용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언제 재개할 지에 대해서는 "국내에 일파만파의 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면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생명윤리 등을 들어 복제 연구를 비판하는 국내 일부 세력에 대해 "학자로서 소수의견도 존중하겠지만 이들 역시 국가나 국익, 인류애에 관해서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이번 회의 성과에 대해 "그동안 학계에서만 공인됐던 난자 이용 배아줄기세포 배양의 성과를 유엔이라는 국제외교무대에서 공식 발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회의 주제발표를 통해 그동안 꿈으로 여겨졌던 치료복제가 현실로 이뤄졌고 따라서 이를 활용한 난치병, 장애의 치료도 가능해졌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회의 주제발표에서 유엔과 세계 과학.종교계의 첨예한 논쟁거리인 인간복제에 관해 황 교수는 "이른바 생식 복제는 가능하지도 않고 설사 이뤄지더라도 복제인간에게는 치명적인 장기 이상이 초래될 것임을 그동안 동물복제 경험을 통해 축적된 자료를 제시해가며 설명했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