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아직도 피우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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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은 건강을 갉아먹는 가장 강력한 위험요인이다. 당신이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제와 교육수준, 식생활 등 모든 조건이 동일한 비흡연자와 비교해 10년 후 지구상에 존재할 확률이 두 배나 낮아진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성인남성 10명 중 6명이 담배를 피우는 흡연대국이다. 5월31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이해 흡연의 해로움을 되새기고 금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 속속 밝혀지고 있는 피해
흡연은 암 발생률 뿐 아니라 재발률도 높인다. 일본 연구진은 간암 치료 후 담배를 하루 10개비 이상 피우면 암 재발률이 2배로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간암 이외 다른 부위의 암 재발에도 흡연이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담배는 지능도 떨어뜨린다. 독일 슈피겔지는 "흡연자는 해마다 지능지수가 0.16점씩 하락해 비흡연자의 하락폭인 0.03점에 비해 5배나 하락속도가 빠르다"고 보도했다. 부모로부터 우수한 지능을 타고나도 흡연을 하면 나이들어 둔재가 된다는 뜻.

간접흡연의 피해를 증명하는 연구결과도 쏟아져나오고 있다.

서울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강대희 교수는 "최근 16만여명의 국내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 남편을 둔 아내의 폐암발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9배 높았다"고 밝혔다.

◆ 금연 압력은 세계적 추세
호주 정부는 최근 시드니 근교 해변에서 흡연을 전격 금지했다. 산타모니카 등 미국 일부 해안도시도 해변가 흡연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탁 트인 바닷가도 금연 예외지역이 못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국립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흡연 여부를 알기 위한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흡연자는 교내 금연클리닉에 의무적으로 보내지며, 재학 도중 담배를 피울 경우 벌금을 물린다.

아일랜드는 사람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완전 금지하는 강력한 금연법을 시행 중이다. 관공서나 학교는 물론 술집과 당구장.오락실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예외가 없다. 흡연석도 폐지된다.

◆ 담배, 이렇게 끊자
강력한 금연교육과 함께 담뱃값 인상이 불가피하다. 미국 뉴욕의 경우 2002년 갑당 8센트였던 담배세를 1.5달러로 무려 20배 가까이 인상했다. 흡연자들의 반발을 불러 왔지만 뉴욕시는 이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뉴욕 흡연인구가 1년 전에 비해 11%나 줄었다고 보도했다.

의지로 끊고 싶다면 단계적 금연법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알려진 금연방법은 어느날 갑자기 담배를 끊는 단연법 (斷煙法) 과 담배 개비 수를 줄여나가는 감연법 (減煙法)이었다. 단계적 금연법이란 담배 개비 수를 줄이면서 금연 간격도 넓혀가는 방법.

미국 MD앤더슨암센터의 금연전문가 폴 신시리피니 박사는 "1백28명을 대상으로 3주간 세가지 금연법을 실시한 결과 1년 후 단계적 금연법의 성공률은 44%인 반면 감연법은 18%, 단연법은 22%에 불과했다" 고 발표했다. 단연법은 의지가 약한 경우 실패하기 쉽고, 감연법은 금연간격보다 담배 개비 수에만 초점을 두므로 꼭 피워야할 담배는 최후까지 남겨두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

예컨대 화장실 흡연이 습관화된 사람은 감연법을 하더라도 마지막 한 개비만은 화장실에서 피운다는 것. 그러나 단계적 금연법에서는 금연기간 중 화장실에 가더라도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훈련하므로 흡연 습관을 뿌리뽑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도저도 안되는 골초라면 가까운 병의원의 금연클리닉을 찾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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