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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조 단위 엑시트…배민·아자르·쿠팡 다음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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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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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덩치 큰 국내 기업이 미국에서 조 단위로 회사를 키울 것이다.”(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

한국식 성장 모델 한층 다양해져 #토스는 한국·해외 동시 상장 검토 #“글로벌 단위의 M&A 계속될 것” #“대기업의 소극적 투자·협력 아쉬워”

“수아랩·하이퍼커넥트와 같은 글로벌 단위의 인수·합병(M&A) 사례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임정욱 TBT 공동대표)

국내 벤처업계가 어느 때보다 고무된 모습이다. 세계 최대 자본시장인 뉴욕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쿠팡부터 창업 7년 만에 글로벌 데이팅서비스 기업이 2조원에 M&A하겠다는 하이퍼커넥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7500억원에 매각된 배달의민족까지. 조(兆) 단위 대규모 엑시트(스타트업의 투자금 회수)가 글로벌 무대에서 일어나고 있어서다.

‘한국식 성장모델’ 인정받았나?

벤처캐피탈 등 투자 업계에서는 이번 쿠팡·하이퍼커넥트의 사례가 한국 스타트업의 성장 모델이 다양해졌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한다.

조진환 미래에셋벤처투자 팀장은 “쿠팡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를 보면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응원이나 놀라움을 넘어 무섭기까지 하다”며 “압도적 기술력·실행력을 바탕으로 고객 경험을 바꾸고, 시장 전체 판도까지 바꿨다”고 평가했다. 쿠팡은 이런 성공 방정식을 기존 e커머스 시장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쿠팡플레이), 음식·배달서비스(쿠팡이츠·쿠팡플렉스)로도 이식하는 중이다.

하이퍼커넥트는 다른 방식으로 성장했다. 쿠팡과 하이퍼커넥트에 모두 투자한 한 킴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쿠팡이 엄청난 투자금을 바탕으로 사업의 기틀을 다졌다면, 하이퍼커넥트는 정반대”라며 “큰 투자금 없이, 투자를 받더라도 (그 돈은) 1원도 쓰지 않고 매년, 매월 흑자 내며 성장한 케이스”라고 진단했다. 창업 당시부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쿠팡과 달리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는 2014년 창업을 하며 조용히 해외 시장부터 겨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영상 메신저 앱 ‘아자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매출 95%가 해외에서 나온다.

차기 ‘메가 딜’ 주인공은 누구?

스타트업이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방법은 크게 M&A와 국내외 증시 상장으로 나뉜다. 최근 2년새 글로벌 M&A부터 수십 조(兆) 규모의 국내외 상장이 이어지면서 기대감도 커졌다.

우선 2019년 2300억원에 미국 나스닥 상장사(코그넥스)에 매각된 AI 기술기업 수아랩은 기술 스타트업의 글로벌 M&A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엔 한국 유니콘 가운데 M&A 엑시트 1호도 나왔다. 지난해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M&A 승인을 받은 배달의민족이다. 이달 초 글로벌 데이팅 앱 틴더 운영사(매치그룹)와 M&A를 발표한 하이퍼커넥트가 2호다. 2015년 카카오가 내비 앱 ‘김기사’를 626억원에 사들인 게 ‘빅딜’로 화제를 모았던 시절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미국 VC업계가 코로나19로 막대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국외 투자처 발굴에 나선 것도 국내 스타트업엔 호재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실리콘밸리의 조 단위 투자 문화에 익숙한 미국 자본이 보기엔 한국 스타트업이 기술력과 노하우를 모두 갖춘 ‘가성비 알짜기업’으로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 외에 해외 상장을 추진 중인 한국 유니콘도 있다. 간편송금 앱으로 시작해 증권·인터넷은행까지 진출한 토스는 한국과 해외(미국·홍콩) 동시 상장을 검토 중이다. 알토스벤처스 관계자는 “음식배달, e커머스, 게임·콘텐트 등 세계 어디서나 유망한 산업군에선 특정 국가 1~2등인 것만으로도 투자 가치가 충분하다. 승자독식의 플랫폼 특성상 돈을 계속 부으면 결국 이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 증시는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넷마블 등 1세대 IT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2010년 전후 모바일 혁명기에 창업해 최근 10년간 성장한 유니콘도 국내 상장을 준비 중이다. 모바일 1호 유니콘 쏘카를 비롯해 플랫폼 기업 야놀자·직방 등이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 중이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은 올해 가장 주목받는 IPO 유망주로 꼽힌다.

‘넥스트 유니콘’ 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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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도 남아있다. AI 시대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 부합하고, 국가별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지 않는 기술 중심 B2B 스타트업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차기 유니콘으로 꼽히는 국내 B2B 기술기업은 2012년 창업한 클라우드 운영·관리업체 베스핀글로벌 정도다. 이 회사는 중국·중동 등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최근 아부다비투자진흥청에서 진행하는 6000억원 규모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지원사업의 파트너로 선정됐다.

한국 대기업이 신생기업 인수·투자·협력 등 오픈 이노베이션에 소극적인 것도 국내 스타트업들엔 아쉬운 부분이다. 이기대 이사는 “재벌 총수가 아닌 이상 2~3년 실적에 자리가 달린 전문경영인이 수천억 원대의 스타트업 인수를 추진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이제 갓 시작된 오픈 이노베이션 분위기를 잘 이어가야 한국 기업 생태계에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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