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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尹 조율사' 靑민정수석 돌연 사의···"檢인사 후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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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주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지난달 1일 취임한지 불과 한달 반만이다.

신현수 민정수석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신현수 민정수석이 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신 수석의 급작스러운 사의 표명은 지난 7일 이뤄진 검사장 인사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한다.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검사장 인사를 앞둔 지난 2일과 5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두차례 인사협의를 했다. 그러나 박 장관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교체가 불가피하다고 했던 윤 총장의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다. 두번째 회동 이틀 뒤인 지난 7일 박 장관은 검사장 인사를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주말인 일요일에 이뤄진 전격적인 발표였다.

신 수석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문재인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는 “정부 초반만해도 당시 조국 수석이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과 함께 정례적 인사협의를 했었다”며 “그러다 ‘조국 사태’와 ‘추ㆍ윤 갈등’ 등을 거치며 유사한 소통 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이다. 그의 임명은 1년 넘게 끌어온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을 종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신 수석을 임명한 직후인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 “윤 총장은 한마디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며 “국민을 염려시키는 갈등은 다시 없으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신 수석은 이번 인사 과정에서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서 물밑 조율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이성윤 지검장의 유임 기조가 바뀐 적은 없지만 대검 주요 참모진 교체,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좌천 인사의 일선 복귀 가능성은 살아있었다고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1.2.5 법무부 제공

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2021.2.5 법무부 제공

그러나 대전지검 형사5부가 지난 4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해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 소식에 진노하며 신 수석과 윤 총장의 조율도 무산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찰 안팎에선 “결국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의 뜻대로 인사가 이뤄졌다”는 뒷말이 나왔다.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 무렵일 것이라는 게 주변의 관측이다.

여권에선 이광철 민정비서관과 김영식 법무비서관은 물론 취임한 지 40여일밖에 안 된 신 수석의 사의설까지 도는 것이 검찰 인사와 백 전 장관 구속영장 청구 등을 둘러싼 청와대와 검찰 간 조율이 무산된 것에 따른 후폭풍이란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묵묵부답’이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이날 “인사와 관련한 사항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 양해 바란다”는 문자 공지를 보냈다. 공식적인 추가 설명은 없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광철 비서관과 신 수석 간의 불화는 없다. 이 비서관을 교체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비서관 교체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해왔다. 이날 오후까지도 “민정수석 ‘인사 패싱설’ 등은 비상식적 주장”이라며 신 수석의 사퇴설을 일축했다. 사퇴를 무마하려던 시도로 보인다. 실제 신 수석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이 신 수석의 사표를 이날까지 수리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러다 신 수석의 사의설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기되자 “민정수석실 내의 불화설과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하게 된 배경은 완전히 다른 사안”이라며 신 수석의 사의 표명을 사실상 인정했다. 신 수석은 거취를 묻는 본지 문의에 “국민소통수석실을 통해 확인해달라”며 답변을 피했다.

강태화ㆍ하준호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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