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藥 시장 쟁탈전 불붙는다

중앙일보

입력

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의 물질특허 기간이 지난해 말 끝남에 따라 국내 제약업체들의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다.

노바스크는 지난해 1300억원어치가 팔려 국내 의약품 가운데 매출 1위를 기록한 품목으로 지난 10년간 물질특허의 보호를 받아왔다.

노바스크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제약사는 한미약품.CJ.코오롱제약.종근당.유한양행.동아제약.중외제약.녹십자.SK제약 등 14개사. 올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임상시험 중이거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제품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들은 노바스크의 성분(암로디핀 베실레이트) 가운데 주성분인 암로디핀을 개량하는 데 주력해 왔다. 치료 효과를 내는 암로디핀에 대한 물질특허권은 만료됐지만 '베실레이트' 염과 합쳐진 형태는 2010년까지 제법 특허가 유효한 상태여서 주로 베실레이트 염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염의 개발이 주요 목표였다.

염은 치료 효과를 내는 물질에 붙어 생체 내 용해도와 안정성을 높이는 데 사용되는 물질이다. 염이 없다면 치료물질은 체내에서 녹지 않거나 금방 깨져 약효를 발휘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4개사 가운데 한미약품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지난해 베실레이트 대신 캠실레이트라는 염을 붙여 특허를 따낸 뒤 임상시험을 가장 먼저 끝냈다. 오는 7, 8월이면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한미약품 이관순 연구소장은 "캠실레이트가 베실레이트에 비해 열과 수분에서 암로디핀을 보호하는 기능이 훨씬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시장에 가장 먼저 뛰어든다면 출시 3년 안에 3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근당도 암로디핀 말레이트에 대한 임상시험을 끝내고 하반기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종근당 제제연구소 신희종 박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암로디핀 염은 세계적으로 베실레이트를 제외하고 말레이트가 유일하다"며 "특히 미세 코팅 기술을 도입해 안정성을 크게 높인 점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CJ의 암로디핀 애디페이트, 코오롱제약.SK제약의 암로디핀 말레이트 등이 임상시험을 끝내고 출시를 준비 중이다.

노바스크 시장을 지키려는 화이자의 신경 또한 곤두서 있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의 학회 마케팅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

실제 이달 초 한 학회에서 홍보에 나선 국내 제약사를 약사법 위반으로 제소하기도 했다. 화이자 관계자는 "고혈압 치료제는 수년간 장복하는 특성이 있어 노바스크의 효능에 만족해 온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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