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문회 롯데 감독의 즐거운 하소연 "할 일이 없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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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 [연합뉴스]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 [연합뉴스]

"글쎄요, 야구장에 선수들이 나왔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중인 롯데 자이언츠의 테마는 '자율'이다. 지난해에도 선수들이 스스로 하는 훈련을 강조했던 허문회 롯데 감독은 올해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설연휴인 지난 12~14일엔 선수들에게 3일간의 휴식을 주기도 했다.

허 감독은 15일 "매년 이맘때는 해외에서 있었는데 집에서 지낼 수 있어서 색달랐다. 쉬면서 개인적으로 운동도 하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냈다. 12일이 생일인데 모처럼 부모님께도 연락을 드릴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집에서 운동을 했고, 야구장에 나오지 않았다. 혹시나 선수들에게 부담이 될까 싶어서 그랬다. 그런데 오늘 야구장에 나왔더니 선수들이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고 했다.

롯데는 훈련시간도 최소화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만 한다. 허문회 감독은 "제일 따뜻한 시간에 집중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대다수 선수들은 그 전이나 후에 자율적으로 훈련을 한다. 코칭스태프도 이를 돕는다.

허문회 감독은 지난해를 떠올렸다. 그는 "첫 해 스프링캠프에선 내가 코치들에게 압박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아니다. 어차피 나 혼자 다 할 수 없다. 우리 선수들도 감독에 대해 알고,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허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필요한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코치들은 이를 도우면 된다. 선수 개개인이 강해지면 강팀이 된다"며 "그래서인지 이젠 코칭스태프 미팅이 점점 짧아졌다. 5분에서 10분이면 끝난다. 내가 할 일이 없어진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부산=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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