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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쓰면 계속 쓴다, 쿠팡 진짜 실력은 '1485만명 락 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은 성공할 것인가. 쿠팡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국내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 성공 사례로 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쿠팡의 기업 가치를 “최대 500억 달러(약 55조4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쿠팡은 이처럼 올해 초 평가 받았던 몸값(300억 달러·약 33조2000억원)도 가뿐히 뛰어 넘으며 세계적인 관심 기업이 됐다.

쿠팡 상장 신고서 캡처

쿠팡 상장 신고서 캡처

쿠팡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낸 상장 신고서에는 그간 베일에 가려져 왔던 쿠팡의 진짜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단 쿠팡의 지난해 연 매출은 119억6734만 달러(약 13조원)에 달한다. 전년(62억7326만 달러)보다 91% 늘었다. 2018년 10억5241만 달러(약 1조1623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5억2773만 달러(약 5800억원)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순손실 역시 지난해 4억7490만 달러(약 5257억원)로 2019년(6억9880만 달러)보다 크게 줄었다. 한 마디로 매출은 해마다 두 배 가까이 커지지만, 적자는 절반 가까이 줄이고 있단 의미다.

①1485만명 이용자 묶어두는 '락인락' 효과  

정량적인 실적 못지않게 쿠팡이 가진 소비자에 대한 지배력은 수치 이상이었다. 최근 3개월간 쿠팡에서 한 가지 이상의 제품을 산 이는 1485만 명(20년 12월 말 기준)에 달한다. 2018년 말(916만3000여 명)과 비교하면 2년 새 62% 가까이 이용객이 늘었다. 참고로 지난해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의 지난해 이용 고객 수는 837만명이었다.

쿠팡이용자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이용자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체적으로 꾸준히 사용금액이 늘고 있단 점도 강점이다. 소비자가 쿠팡에서 쓰는 돈은 분기당 평균 256달러(28만2718원)였다. 2018년(127달러)보다 구매 금액이 두 배 이상 커졌다. 한 번 쿠팡을 사용한 이는 계속해서 쿠팡에 머물며 구매금액을 늘려간다는 통계도 공개됐다. 한 예로 2016년 쿠팡에서 100만원을 썼던 이는 지난해 359만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로켓배송으로 대변되는 무료배송과 다양한 할인 혜택 등을 통한 쿠팡 측 ‘락 인(Lock inㆍ소비자를 묶어둠)’ 전략이 제대로 먹힌 덕분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쿠팡은 상장 신고서를 통해 사실상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물류회사’라고 밝혔다. 쿠팡은 현재 30개 이상이 도시에 100개 이상의 물류센터를 갖추고 있다. 연면적은 2500만 평방피트(약 70만3800여 평)에 달한다. 대략 축구장 400개 규모다.

쿠팡사용액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쿠팡사용액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②창업자는 1주당 29배 차등의결권 보유 

상장 이후 안정적인 지배권 확보를 위한 다양한 안전판도 설치해 놓았다. 창업자인 김범석(43) 쿠팡 이사회 의장에게 강력한 경영권 방어수단 중 하나인 '차등의결권'을 부여한 게 대표적이다. 신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김 의장이 보유하는 클래스B 주식에 대해 1주당 29배의 ‘차등의결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이대로라면 김 의장은 상장 후 지분 2%만 가져도 주주총회에서는 지분 58%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 [중앙포토]

이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SBG) 회장이 주도하는 비전 펀드 등 그간 쿠팡에 34억 달러(약 3조7600억원)를 넣은 투자자들이 김 의장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준 덕으로 풀이된다. 사실 차등의결권을 이례적인 것으로 보긴 힘들다. 구글이나 에어비앤비 등 주요 IT기업 창업자들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상장 때 주당 10배~20배의 차등의결권을 받은 바 있다. 모두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였다. 김 의장이 이 주식을 매각 또는 증여ㆍ상속할 경우에는 차등의결권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속이나 증여 등의 목적이 아닌 오로지 안정적인 경영권 보장을 위한 것이란 의미다. 다만 김 의장이 가진 쿠팡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③김범석 연봉은 158억, CTO는 305억 

한편 신고서에 따르면 김 의장의 지난해 연봉은 급여만 88만6635달러(약 9억8000만원)이었다. 여기에 스톡옵션 등을 합하면 지난해에만 총 1434만 달러(약 158억3400만원)를 쿠팡으로부터 받았다. 주요 임원 중 지난해 보상액이 가장 많은 이는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였다. 그는 연봉과 스톡옵션 등을 합쳐 지난해 2764만 달러(약 305억2500만원)를 받았다. 우버의 CTO 출신인 그는 지난해 쿠팡에 합류한 바 있다.

쿠팡의 NYSE 상장은 늦어도 오는 4월을 전후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쿠팡 측은 그에 맞춰 10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일선 직원들에게도 나눠줄 것이라고 밝혔다. 김범석 의장은 신고서를 통해 “지난해 대부분의 기업이 고용을 축소한 것과 달리 우리는 약 1조원을 투자하여 7개의 새로운 광역 물류센터를 짓고 수 천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며 “쿠팡의 목표는 2025년까지 한국에 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울 외의 지역에도 새로운 인프라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수조 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④누적적자 4조5500억…롯데·신세계도 반격 준비   

하지만 숙제도 여전하다. 쿠팡 측이 신고서를 통해 밝힌 대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쿠팡은 여전히 적자 기업이다. 2010년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누적적자 규모는 41억1800만 달러(약 4조5500억원)에 이른다. 익명을 원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실 쿠팡의 적자가 큰 편이어서, 한국에서라면 상장조차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또 신고서에서 밝힌 대로 한국 내 e커머스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전통의 유통 강자인 롯데와 신세계는 물론,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IT 거인들까지 쿠팡과 일전을 벼르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도 현재와 같은 성장세를 이뤄낼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유통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규제 등도 넘어야 한다.

이수기ㆍ추인영ㆍ권유진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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