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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설, 부모님 영상통화때 화면 흔들렸다면 위험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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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고향에 찾아오지 못한 자녀들과 영상통화하고 있는 할머니 모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고향에 찾아오지 못한 자녀들과 영상통화하고 있는 할머니 모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에 방역예법(禮法)이 필요한 설이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처에 고향에 안 가는 게 오히려 ‘효도’가 됐다. 부산시의회 외벽에는 ‘우리 설날은 내년’이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방역수칙을 어기면서까지 부모를 만나기보다는 영상통화로 새해 인사를 나눠보자.

자식 입장에서는 늘 부모의 건강상태가 걱정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 교수의 도움으로 영상통화로 간단하게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① 영상통화 걸 수 있는지 

우선 자녀에게 영상통화를 걸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요즘 영상통화는 버튼 몇 번 누르면 연결이 가능하다. 여러 번 조작법을 알려드려도 어려워한다면, 집중력·이해력 등 인지기능 저하나 시력·청력 감퇴 신호일 수 있다. 인지기능 저하가 두드러진다면 치매와도 관련이 있다.

치매는 초기에 기억력 장애로 시작하지만, 진행되면 공간지각력, 계산능력, 판단능력도 함께 악화된다. 결국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이 경우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일찍부터 좋은 생활습관을 들여야 한다. 평소 균형 잡힌 식사가 중요하다. 또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등 만성 질환이 있다면 꾸준히 치료해야 한다. 흡연·음주를 피하고 비만을 경계한다. 매일 30분씩만 걸어도 치매 발생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② 화면이 흔들리는지 보자 

두 번째로는 화면이 자주 흔들리지는 않는지 확인해보자. 영상통화는 스마트폰으로 걸고 받는다. 간혹 부모를 비추는 화면이 너무 자주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 화면이 떨리더라도 연세 때문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무게는 200g 내외다. 떨림을 직접 유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근력저하나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불수의적(不隨意的) 떨림 증상일 수 있다. 영양 상태나 복용 약에 대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행동이 느려지고 자주 중심을 잡기 어렵다면 단순 수전증이 아니라 파킨슨병에 의한 초기 증상일 수 있다.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도파민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몸을 자유롭고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물질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관리하면 충분히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문의를 빨리 찾는 게 중요하다.

③ 얼굴 살은 

세 번째는 얼굴 살이다. 전보다 빠졌는지 확인해보자. 갸름해 보인다는 건강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볼살이나 턱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근 감소증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 있어서다. 평소 영양 섭취가 골고루 이뤄지지 않고 여러 이유로 제대로 식사하지 못하면 얼굴의 피하 지방이 빠진다.

음식물을 씹는 능력이 떨어지면 턱 근육이 빠져 얼굴이 갸름해 보인다. 이때 턱 근육과 함께 씹는 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해져 삼킴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식사나 약을 먹을 때 사레가 들리지 않는지, 식사 패턴을 확인하고 지나친 채식만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는 것도 좋다.

치아 상태, 소화불량 등으로 단백질 섭취가 어렵다고 하면 단백질이 함유된 음료나 파우더를 곁들여 식사할 수 있게 돕는 것도 좋다.

④ 양손으로 허벅지 감쌀 수 있나 

네 번째는 양손의 엄지, 검지로 종아리를 감싸보는 것이다. 몸의 근육량은 종아리 둘레에 비례하는 경향이 크다. 양손으로 만든 동그라미가 종아리 두께보다 커 여유롭게 감쌀 수 있다면 근 감소증 위험이 6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근 감소증 환자의 82%는 종아리 둘레가 32㎝ 미만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근 감소증은 기운이 없고 쉽게 넘어지게 된다. 이때 골절이나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다. 지팡이, 휠체어를 빨리 쓰게 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⑤ 약 상자 꼼꼼히 확인을

마지막은 평소 복용하는 약 상자를 비춰보는 것이다. 부모가 평소 고혈압, 당뇨 등 여러 만성질환을 앓아 다양한 약을 먹는다면, 복용지침을 정확히 확인해 약봉지에 날짜를 적어놓거나 휴대전화 알람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면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된다.

장일영 교수는 “이번 설 때는영상 통화로 직접 부모님 건강을 확인해보면 어떨까”라며“특히 평소 특별한 질환을 앓고 있지 않다면, 나이가 들면서 생길 수 있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근 감소증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보자”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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