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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잡혀 선원 안오는데…문제 풀렸단 강경화에 억장 무너져”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4일 이란에 나포된 한국케미호. 한국인 선원 5명과 외국인 선원 15명 등 20명이 한 달째 억류 중이다. 사진 디엠쉽핑

지난달 4일 이란에 나포된 한국케미호. 한국인 선원 5명과 외국인 선원 15명 등 20명이 한 달째 억류 중이다. 사진 디엠쉽핑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일 퇴임하면서 ‘이란 선박 문제가 해결돼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억장이 무너지더군요. 선장과 선박이 억류돼 있는데 선원들을 석방했다고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닙니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돼 한 달 넘게 억류 중인 한국 케미호의 3등 항해사 전모(20)씨어머니 신모(47)씨의 일성이다. 신씨는 지난 10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아들은 선장과 함께 한국 케미호를 타고 귀국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아들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돼 다 같이 귀국하고 싶어하는 아들의 뜻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아들과 영상 통화를 한 신씨는 “아들이 건강해 보여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정부가 선원 석방을 발표하며 마치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말하지만, 선장과 선박이 억류 해제돼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사 역시 선장과 선박이 떠나지 못하는 이상 억류 해제는 실질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케미호 선사인 디엠쉽핑 관계자는 “우리나라 국적 선박이 현지에 억류돼 있고, 선원들도 배에 남아 있는데 마치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보도돼 안타깝다”며 “일부 선원이 하선을 원하더라도 선원 교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당장 본국으로 귀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선사에 따르면 한국 선원 4명 중 2명이 하선을 희망하고 있다. 외국인 선원 15명 중 하선을 희망하는 인원은 현재 파악되지 않고 있다. 선원 하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과 인도네시아 영사가 지난 8일 한국케미호에 탑승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디엠쉽핑 관계자는 “영사 승선이 왜 무산됐는지는 알 수 없다”며 “하선할 선원과 교대할 선원을 각 국가 대리점을 통해 모집 공고한 상태”라고 말했다.

지난 1월 12일 한국선박 나포 문제와 관련 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이 헤크마트니아 이란 법무부 차관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12일 한국선박 나포 문제와 관련 이란을 방문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왼쪽)이 헤크마트니아 이란 법무부 차관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한국케미호는 이란 남부 반다르바스항에서 6마일가량 떨어진 묘박지에 있다. 현재 선장·1∼3등 항해사·기관장 등 한국 선원 5명을 포함해 미얀마인 1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베트남인 2명 등 모두 20명이 승선해 있다.

 이란 정부가 지난 2일 선장과 선박을 제외한 한국케미호 선원의 억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지만 한국케미호는 선박 운항에 필수 승무 인원이 13명인 특수화물선으로 선장만 남겨두고 나머지 모두 귀국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선원들이 하선을 희망한다고 하더라도 선사와 선원 간 고용계약 문제 등으로 선원 교대가 이뤄지지 않으면 본국으로 귀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미얀마는 현재 쿠데타가 진행 중이라 미얀마 선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기 더욱 힘든 상황이다.

 디엠쉬핑 관계자는 “지금 당장 하선하더라도 PCR(유전자증폭) 검사 등 절차를 밟다 보면 본국으로 귀국하기까지 최소 보름 정도 걸린다”며 “정부가 설 전에 귀국을 추진한다는데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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