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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데이팅앱 아자르 2조 대박, 미국 틴더에 매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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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

안상일 하이퍼커넥트 대표

미국 나스닥 상장사 매치그룹(시가총액 47조원)이 한국 스타트업 하이퍼커넥트를 2조원에 인수한다. 한국 스타트업 중에선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4조7500억원에 인수한 우아한 형제들(배달의 민족)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안상일·정강식·용현택 공동창업 #배민 M&A 이어 벤처 최대 규모 #230개국 19개 언어, 5.4억건 다운 #매년 매출 60%이상 초고속 성장

하이퍼커넥트는 “미국 매치그룹이 하이퍼커넥트 지분 100%를 17억2500만달러(1조933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10일 밝혔다. 동영상 채팅앱 ‘아자르’ ‘하쿠나라이브’ 운영사인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설립된 스타트업이다. 전세계 새로운 사람과 만난다는 ‘소셜디스커버리’ 개념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왔다. 현재 230개국 19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며 아자르의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5억4000만회에 달한다.

영상 메신저 앱 ‘아자르’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영상 메신저 앱 ‘아자르’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비상장 스타트업으로는 드물게 적자 없이 매년 60% 이상의 매출이 늘고 있는 회사다. 2019년 매출은 1689억원, 영업이익은 202억원이다. 지난해는 상반기까지 1235억원을 벌었다. 동종업계에선 비디오 커뮤니케이션과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세계수준의 기술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도 글로벌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성공 사례”라고 말했다.

하이퍼커넥트의 핵심 경쟁력은 영상 채팅 서비스 ‘아자르(Azar)’다. 원하는 상대의 지역과 성별을 택한 후 화면을 가로로 넘기면(스와이프) 무작위로 전 세계 가입자와 영상 대화를 할 수 있다. 이용자 99%가 해외 사용자로 지난해 12월 애플 앱스토어 전 세계 60개국 매출 탑 10(SNS부분 매출 기준)에 들었다.

하이퍼커넥트 매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하이퍼커넥트 매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자르는 매치그룹 주력사업인 소셜 데이팅 앱 ‘틴더’ 등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매치그룹은 40여 개 글로벌 소셜앱을 보유했지만 ‘틱톡’ 같은 영상 킬러앱이 없었다. 샤르 듀베이 매치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하이퍼커넥트의 라이브 영상·오디오 기술은 강력한 연결 수단”이라며 “하이퍼커넥트의 혁신 기술을 매치그룹 서비스에 적용하고 기술 투자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하이퍼커넥트는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고문으로 영입하고 투자 유치를 준비했다. 김 고문은 라인(LINE)을 일본에 상장시킨 주역이다. 하이퍼커넥트도 3000억~40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해 기업공개(IPO)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 이후 매치그룹이 적극적 투자 의사를 보였다. 하이퍼커넥트 관계자는 “수년 전부터 매치그룹이 관심을 보여왔고, 이번 투자제안도 가장 적극적으로 해왔다”며 “인수 이후에도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방식을 제안해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고 설명했다.

하이퍼커넥트는 안상일 대표(40)와 정강식 최고기술책임자(CTO), 용현택 최고연구책임자(CRO)가 공동창업한 회사다.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2014년~2015년 초기 투자 이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적이 없어 상당수 지분을 공동창업자가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 대표와 정 CTO는 서울대 대학 창업동아리 친구 사이기도 하다.

이번 인수로 초기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도 잭팟을 터뜨렸다. 알토스벤처스는 2014년 22억원을 투자했고, 이듬해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함께 1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두 투자사가 보유한 하이퍼커넥트 주식은 370만주 가량(우선주 포함)으로 수천억원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

정원엽·김정민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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