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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 ‘차별’ 경험…일상 용무도 포기

중앙일보

입력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뉴스1]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모습. [뉴스1]

국내에 거주하는 트랜스젠더 10명 중 6명은 사회에서 각종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권위는 9일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진행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국내 거주 중인 만 19세 이상 트랜스젠더 59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트랜스여성 189명(32.0%), ▶트랜스남성 111명(18.8%) ▶논바이너리 지정성별 여성 221명(37.4%) ▶논바이너리 지정성별 남성 70명(11.8%)이 조사에 참여했다.

조사결과 591명 중 384명(65.3%)이 응답일 기준 1년 내 트랜스젠더 정체성 또는 성별 표현으로 인해 차별을 겪었다고 응답했다. 성별의 경우 312명(53.1%), 키·몸무게 포함 외모는 235명(40.0%), 성적 지향의 경우에는 226명(38.4%)이 차별 이유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성 정체성에 맞게 법적 성별을 정정했다고 답변한 경우는 47명(8.0%)에 불과했고, 508명(86.0%)은 시도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성전환 관련 의료비용, 복잡한 절차, 건강상 부담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트랜스젠더들은 일상적 용무를 볼 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조사기관에 밝혔다. 응답자들은 신분증·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하는 의료기관 이용(21.5%), 담배 구입이나 술집 방문(16.4%), 은행 이용 및 상담(14.3%) 등의 경우에 있어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봐 용무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응답자들은 공중화장실과 같은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남녀 성별이 분리된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이 두려워 성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한 경우는 응답자 중 241명(40.9%), 화장실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음료나 음식을 먹지 않은 경우는 231명(39.2%)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들에게 본인의 성 정체성을 밝히기 어려워하는 트랜스젠더들은 응답자 중 203명(34.4%)으로 가장 많았다. 성 정체성을 알고도 반대하거나 무시하는 경우는 152명(25.7%)이었고, 반대하지도 무시하지도 않는 경우는 96명(16.2%)이었다. 성 정체성을 지지하는 경우는 140명(23.7%)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고등학교를 다닌 경험이 있는 응답자 584명 중 539명(92.3%)이 성 소수자 관련 성교육 부재나 성별 정체성에 맞지 않는 교복 착용 등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중·고등학교 수업 중 교사가 성 소수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한 경우도 응답자 중 절반 이상(67.0%)이었다. 교사로부터 폭력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21.3%)도 있었다.

연구팀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인식 개선 ▶차별금지법·평등법 등 법적 근거 마련 ▶성별 표기 제도 개선 ▶성별 정정 요건 완화 등을 제안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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