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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보이죠? 수술합시다" 이 대화, 환자는 병원 안 가도 된다

중앙일보

입력

2020년 9월 김아름 인하대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 중동 근로자를 화상진료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2020년 9월 김아름 인하대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 중동 근로자를 화상진료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안녕하세요, CT를 찍어서 보니 혈관이 좀 부풀어 올랐네요. 휴대폰 화면에 사진 보이시죠. 이 부분입니다. 다시 수술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의사)
"예? 수술해야 한다고요?"(환자)

인하대병원 화상진료 첫 개시 #환자가 CT 결과를 스마트폰에 보며 진료 받아 #처방전은 팩스로 전송, 약은 택배로 받을 수 있어 #

지난달 25일 인천광역시에 사는 60대 뇌동맥류 환자 Y씨와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박현선 교수의 대화 일부다. 진료실에서 대화한 게 아니라 화상진료에서 이런 대화가 오갔다. 환자는 2013년 뇌동맥류 진단을 받고 치료 후 안정됐다. 최근 두통이 지속돼 지난달 중순 박 교수 진찰을 받았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검사 결과를 보고 추가 진료 계획을 짜야 하는데, Y씨는 화상진료를 택했다. Y씨는 병원 측의 설명을 듣고 스마트폰으로 접속했고, 박 교수의 진료를 받았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대화했다. 박 교수는 모니터에 검사 결과를 띄워서 설명했다. 같은 화면이 환자 스마트폰에도 떴다. 화면이 작아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박 교수가 지목한 부위를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Y씨는 검사 결과를 보려고 왕복 2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병원을 오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또 코로나19 감염 걱정 때문에 바깥에 나오거나 특히 병원에 오는 걸 꺼렸다. 예약하고 대면진료를 오더라도 바로 진료받지 못한다. 대개 15~20분 기다려야 한다. 화상진료는 그런 대기시간도 필요없다. 병원의 설명을 듣고 화상진료에 동의했고, 약속한 시간에 접속했다.

"오래 전 치료해온 건데, 그동안 별 탈이 없었는데, 혹시 겨울이라서 일시적으로 생긴 건 아닌가요. 꼭 수술을 해야할 정도인가요."

환자가 이렇게 묻자 박 교수는 CT 파일을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했고, 환자는 이해했다고 한다. 화상진료에 15분 정도 걸렸다. 대면진료 할 때와 차이가 없다. 지금은 수술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환자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밖으로 발걸음하기 어려운데 (화상진료가) 편리하고 좋았다. 대면진료와 다름없이 궁금한 점을 다 물어봤고, 불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하대병원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화상진료를 해왔다. 이번에는 그 플랫폼을 활용해 지난달 25일 국내 환자 화상 진료를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번지면서 전화 상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고 140만건 정도 진행됐다. 화상진료는 사실상 인하대병원이 처음이다.

환자가 회원가입 후 집에서 스마트폰이나 웹캠이 있는 노트북·데스크톱으로 병원 시스템에 접속해 로그인하면 의사와 연결된다. 서툰 환자는 사전에 간호사가 설명해준다고 한다. 검사 결과, 진료 차트 등을 환자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서 진료받는다.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한 약국에 팩스로 전송한다.

아무나 화상진료를 하는 건 아니다. 재진환자가 대상이다. 옹진군 등의 서해 5도 거주자, 코로나19 자가격리자,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자, 검사결과를 확인하려는 환자, 같은 질환으로 오랫동안 같은 처방을 받은 환자 등이다. 화상진료 대상에 드는지는 의사가 판단하고, 환자 동의를 구한다. 아직 활발하지는 않다. 일주일 동안 3건의 화상진료를 했고, 5건의 예약을 잡고 있다.

인하대병원 김영모 원장은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시작한 뒤 재외국민들의 의료서비스 갈증을 해소하고 있다”며 “병원에 오는 게 제한된 환자나 의료 안전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환자 중 적합 여부를 꼼꼼히 따져 서비스를 제공해서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화상진료는 지난해 12월 15일 감염병예방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의료적 판단에 따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감염병 위기 대응 5단계 중 심각 단계에서만 할 수 있다. 문자메시지·카톡만으로는 안 된다. 일방통행을 우려해서다. 진료비는 대면진료와 같다. 처방전은 환자가 지정한 약국으로 팩스나 이메일로 전송한다. 전화나 서면으로 약사가 반드시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 약은 택배로 받을 수 있다. 서면 복약지도서를 첨부해야 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가 번지자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 진료와 처방을 허용했다. 그 이후 약 140만건의 진료가 이뤄졌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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