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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선거 다가오자 또 연장한 주식 공매도 금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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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운행하는 ‘공매도 반대 버스’가 2일 서울 세종대로를 달리고 있다. 한투연은 4일 공매도 재연장과 관련해 “한마디로 선거용 미봉책”이라며 “공매도 세력이 개인투자자 대비 39배 수익을 챙기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며 “대정부 투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연합회(한투연)가 운행하는 ‘공매도 반대 버스’가 2일 서울 세종대로를 달리고 있다. 한투연은 4일 공매도 재연장과 관련해 “한마디로 선거용 미봉책”이라며 “공매도 세력이 개인투자자 대비 39배 수익을 챙기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며 “대정부 투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금융위원회가 주식 공매도 금지를 5월 3일까지 또 연장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 사태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한 이후 9월에 이어 두 번째 연장이다. 이번 재연장으로 총 금지 기간은 1년2개월로 늘어난다. 그 부작용은 무시할 수 없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되사들여 갚은 뒤 차익을 얻는 거래 방식이다. 공매도는 이런 과정을 통해 실적이 과대 평가된 기업의 주가에 과도한 거품이 끼지 않게 해주는 순기능을 한다.

금융위는 당초 3월 15일 예정대로 공매도를 재개하려는 의지가 강했다. 공매도가 없으면 외국인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팔아치우는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대규모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가는 예기치 못한 시장 불안에 대비할 헤지(위험회피) 수단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공매도 금지를 연장한 것은 4월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본 게 아닐까 싶다.

최근 거대한 세력을 형성한 ‘동학개미’는 공매도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의 횡포를 지적하며 금지를 요구해 왔다. 실제로 거대 자본을 주무르는 기관투자가들은 시가총액이 적은 소형주를 공매도 대상으로 공략해 차익을 얻는 경우가 있다. 먼저 주식을 집중적으로 팔아치워 주가가 폭락하면 값싸게 되사들이는 전략이다. 동학개미는 지난해에도 정치권을 압박해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을 완화할 정도로 여당이 눈치를 본다. 미국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로빈 후드’로 세력화해 게임스톱 주식 공매도를 둘러싸고 헤지펀드에 일격을 가한 것도 동학개미의 기세를 드높였다.

공매도에 제도적 허점이 있다면 고쳐서 그 순기능을 살리는 게 합당하다. 이번에 금융위가 개인의 공매도 한도와 관련 업무를 취급하는 증권사 수를 6개에서 10개로 늘려 개인의 공매도 접근권을 확대한 이유다.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 시장 불안 요인을 최소화했다.

그런데도 여권의 압력 때문에 의지를 굽혔다면 금융위는 당장 연장 방침을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 나중에라도 공매도 금지 장기화의 후유증이 나타나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그 책임은 금융위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