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명수, 文부부 만찬 다음날 “저렇게 탄핵 설치는데…”

중앙일보

입력 2021.02.04 13:13

업데이트 2021.02.04 14:03

지난해 5월21일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초청 만찬에 김명수 대법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함께 자리한 모습. 뉴시스

지난해 5월21일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초청 만찬에 김명수 대법원장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함께 자리한 모습. 뉴시스

김명수 대법원장의 탄핵 발언 녹음 파일이 공개돼 사법부 전체에 파문이 인 가운데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부장판사와 면담 직전 이틀 연속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법원장이 여권을 의식해 사표를 반려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만큼 이 때문에 ‘사법부 수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한 발언을 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와 면담 전날인 지난해 5월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열린 문희상 국회의장 초청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 부부를 포함한 5부 요인 부부 기념식 자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김 대법원장 부부 외에 정세균 국무총리,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내외도 함께했다. 이날 만찬은 5월 21일이 ‘부부의 날’인 점을 고려해 문 대통령과 5부 요인 모두 부부 동반으로 모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빈인 문희상 의장에 "국민들이 일하는 국회, 협치하는 국회를 바라고 있는데 두고두고 후배 의원들에게 귀감이 되실 것"이라고 덕담했다. 방명록엔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나 같아지지는 않는다) 정신으로 걸어온 40년을 축하드린다"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김명수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에 참석해 김명수 대법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김 대법원장은 다음날인 22일에도 문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에 참여했다. 이날 청와대에선 오후 2시 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중앙선관위원 임명 수여식과 더불어 퇴임 대법관 훈장 수여식이 열렸다. 수여식에는 김 대법원장과 함께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도 참석했다.

김명수, 文 만나고 두 시간 뒤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김 대법원장은 문 대통령을 만나고 난 2시간 뒤인 오후 5시 대법원에서 임성근 부장판사를 만나 논란이 될 발언을 쏟아냈다. 임 부장판사 측이 4일 공개한 녹음파일과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가 그만두겠다는 데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한다”며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 말이야”라고 했다. 이어 “오늘 그냥 수리해버리면 탄핵 얘기를 못 하잖아. (대법원장이) 그런 비난을 받는 것은 굉장히 적절하지 않아”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법원 내부 한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전날 만찬에서 국회를 두고 협치와 통합 메시지를 발신하자 김 대법원장은 이를 '정권과 사법부, 국회와 사법부의 협치·통합'이라고 잘못 들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녹취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김명수 대법원장-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 녹취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앞서 3일 대법원은 국회 등에 제출한 답변에서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에게 일단 치료에 전념하고 신상 문제는 향후 건강상태를 지켜본 후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말했다”며 “임 부장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고 임 부장판사가 정식으로 사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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