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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 발인…현정은 회장은 참석 안 해

중앙일보

입력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발인식. 연합뉴스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발인식. 연합뉴스

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발인식이 3일 오전 8시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부인 조은주 여사와 직계 가족, 조카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발인에 참석했다. 고인을 태운 운구차는 서울 서초동 KCC 사옥 앞을 돈 뒤 경기 용인 선산으로 향했다.

정 명예회장의 장례 기간중 조카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눈에 띄지 않았고 이날 발인에도 현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KCC의 한 관계자는 "2일 밤까지 문상한 사람들이 적은 방명록에 중 현 회장은 없었다"고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도 “집안 일 참석은 사후에라도 비서진 등에 알려주는데 이번엔 그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조카며느리 현정은 회장은 조문 안 해   

정 명예회장과 현 회장은 2003년 8월 정몽헌 회장이 대북 송금 특검 도중 사망하자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놓고 이른바 ‘시숙부(시아버지의 남동생)의 난’으로 불리는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현 회장은 남편 사망 뒤 회장 취임을 추진했는데, 정 명예회장이 이에 반대한 게 사건의 핵심이다. 정 명예회장은 외부 자금을 모집해 현대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사들였다. 그리고 그해 11월 현대그룹을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현 회장 측도 유상증자를 통해 정 명예회장 측의 지분 확대를 막으려 했다.

정상영 명예회장 발인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정상영 명예회장 발인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연합뉴스

"현대그룹은 정씨 일가 것" 

2003년 말 경영권 다툼의 강도는 세졌다. 정 명예회장이 “현대그룹의 경영권은 정씨 일가의 것이며 현대그룹에 대한 경영권을 (현정은 회장의 모친인) 김문희씨가 행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히면서다. 김문희 여사는 당시 현대엘리베이터 대주주였다. 이후 양측간의 각종 법적 다툼이 겹쳤고, 결국 2004년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 측이 이겼다.

현 회장과 시댁과의 경영권 갈등은 그 후에도 있었다. 2006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측인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현 HMM, 당시 현대그룹 소속)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두고서다. 이때 현 회장 측은 “해운경기 불황으로 선제적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경영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상적인 경영활동도 못하게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인수

현대건설을 두고 벌어진 분쟁도 있었다. 현대그룹은 2000년 부도 이후 채권단 관리를 받던 현대건설을 2010년에 되사려 했는데, 이땐 현대차그룹의 정몽구(MK) 명예회장 측과 부딪쳤다. 당시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뽑혔지만, 이후 현대차가 절차상 문제 등을 제기하며 소송을 냈다. 법원의 판단을 거쳐 현재 현대건설은 현대차 계열사가 돼 있다.

한편 KCC그룹은 그룹 지주회사격인 KCC는 장남 정몽진(61) 회장이, KCC글라스는 둘째 정몽익(59) 회장, KCC건설은 셋째 정몽열(57) 회장이 각각 경영하고 있다. KCC에 대한 정몽진 회장의 지분율은 18.6%로, 몽익ㆍ몽열 회장의 지분 합계(13.8%)보다 많다. 정상영 명예회장이 남긴 KCC 지분은 약 5%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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