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서 논란된 아스트라…정부는 일단 "고령층 접종 가능"

중앙일보

입력 2021.02.01 15:10

업데이트 2021.02.01 15:29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효과 논란이 불거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외부 전문가로 이뤄진 검증 자문단이 향후 추가 임상 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일단 조건부 허가 권고를 냈다. 당초 관심이었던 고령층 접종에 대해서도 “투여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1일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
"4~12주 간격, 표준용량 2차례 투여" 권고

첫 번째 평가서 “고령층 접종 문제 없어”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아스트라제네카 제공〉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날 열린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 회의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대한 최종 결과보고서와 미국에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에 대한 중간 분석자료를 허가 후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할 수 있다고 자문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결과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허가 신청 이후 식약처서 내놓는 첫 번째 평가로 당초 고령층 접종을 제한할 수도 있을 거란 전망이 나왔지만, 감염내과 전문의와 백신 전문가 및 임상 통계 전문가 등 8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은 일단 투여에 문제가 없다는 1차적 의견을 냈다.

검증 자문단은 영국(2건)과 브라질(1건), 남아프리카공화국(1건) 등 4건의 임상시험 자료를 토대로 효과성과 안전성 등을 평가했다. 먼저 만 18세 이상 성인 8895명(고령자 660명)을 대상으로 허가 신청 용량인 표준용량으로 2차례 백신을 투여한 뒤 효과를 따져봤다. 그 결과 15일째부터 백신을 맞은 군(4440명)에서 확진자는 27명, 대조군(위약접종군, 4455명)에서 확진자는 71명 나와 약 62%의 예방효과를 나타냈다. 자문단은 “세계보건기구(WHO) 등 코로나19 백신 효과 평가와 관련된 국내 외 기준(예방효과 50% 이상)을 만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을 맞은 집단에서는 코로나 관련 중증으로 발현되는 환자가 없었고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위약군에선 4명이 입원했다.

몸 안에 생성되는 항체의 종류와 양 등 면역원성(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성질)을 2398명 대상으로 평가했더니 바이러스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의 양을 나타내는 ‘결합항체가’가 백신을 2차례 투여한 뒤 503배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여 전과 비교해 항체가(항원에 대응하는 항체의 측정값)가 4배 이상 증가하는 ‘혈청전환율’을 보인 대상자도 99% 이상이었다. 중화항체 또한 백신 2차례 투여 후 8.5배 증가했다.

“표준용량으로, 4~12주 간격 2차례 투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EPA=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EPA=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효과가 확인된 표준용량으로 2회 투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 내렸다. 또 투여 간격이 넓을수록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해 4~12주가 적절하다고 의견을 줬다.

안전성과 관련해선 4건의 임상시험에 참여한 2만3745명(고령자 2109명) 대상으로 7일간 이상 사례를 조사했다. 주사부위 통증이나 오심, 발열, 두통, 근육통, 관절통 등은 백신군에서 87%(3203명 중 2781명), 대조군에서 74%(2934명 중 2170명) 발생했다. 자문단은 “증상은 대부분 경증에서 중간 정도 수준”이라며 “발생률은 1차 때보다 2차 투여 때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대한 이상사례는백신군에서 0.7%(79명), 대조군에서 0.8%(89명) 보고됐으며 백신 투여와의 관련성을 배제할 수 없는 사례로는 발열(1건), 횡단성척수염(1건) 등이 있었지만, 아나필락시스 반응과 코로나 증상 악화 등의 이상반응은 없었다.

“고령자 수 적단 이유로 투여 배제 못해”

가장 관심이었던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과 관련, 예방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백신군과 대조군에서 모두 입원이나 심각한 질환 등이 발생하지 않았고 면역원성 평가에서도 성인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성인군과 비교했을 때 유사하거나 낮은 수준이었다.

이를 근거로 자문단은 “참여 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 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자문단 다수 전문가들은▶임상시험계획이 만 18세 이상 대상자에서 유효성·안전성을 확인하도록 설계됐고, ▶만65세 이상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서 예방효과가 확인된 점▶백신 투여 후 면역 반응이 성인과 유사한 점 등을 고려해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다만 “고령자 자료가 부족해 예방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항체가가 65세 미만 성인보다 낮고 면역원성 반응과 예방효과와의 상관성이 확립되지 않아 추가 결과 확인 후 허가사항에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식약처는 “고령자에 대한 임상자료가 제한적인 상황에서의 고령자 사용 여부 등을 포함한 신청 품목의 안전성, 효과성, 허가 시 고려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4일 식약처 법정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 자문받고, 그 결과를 당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약심위와 최종점검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허가가 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예정대로 이달 말께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아스트라제네카는 국제 백신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와 개별 계약을 통해 투트랙으로 들어온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WHO(세계보건기구) 긴급 사용승인을 거쳐 상반기 중 최소 130만명분, 최대 219만명분이 도입되고, 이중 최소 30만명분 이상은 2∼3월 중 공급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증 자문단 결과로, 일단 국내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고령층 대상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논란도 예상된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18세 이상 사용이라는 조건을 달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했지만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여전히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며 고령층에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병율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정부가 밝힌 접종 제1 원칙이 ‘과학적 근거를 중심으로 접종하겠다’는 건데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고령층에 대한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아직 없다”며 ”접종 대상이 안 맞겠다고 할 때 맞으라고 설득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창원 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은 “65세 이상에 대한 효과성은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며 “일단 접종을 시작하고 우리 자체적으로 연구를 병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독감 백신 등 모든 백신은 고령층에서는 효과가 떨어진다. 노화에 따라 면역반응이 떨어지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황수연·이태윤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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