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장 집단학살" 공식언급에…中 "세번 말한다, 말살 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1.01.29 15:15

업데이트 2021.01.29 15:47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쿤샨지역 재교육 시설. [AP=연합]

중국 신장웨이우얼자치구 쿤샨지역 재교육 시설. [AP=연합]

중국 신장(新疆) 지역 이슬람족 인권 문제가 내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의 복병으로 떠오르는 조짐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신장 사태를 '집단 학살' 문제로 본다는 강경 입장을 내놓으면서다. 때맞춰 서방 매체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도 터져 나오고 있다.

블링컨 신임 국무장관 “신장서 무슬림 집단학살 자행"
CNN “미 정부 판단, 베이징 올림픽 참여국에 압력 작용”
中 외교부 “민족 말살은 없다” 세번 반복하며 강력 반박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취임 당일인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신장 지역 웨이우얼 무슬림들을 상대로 집단 학살(genocide)이 자행됐다는 것이 내 판단이며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취임 당일인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신장 지역 웨이우얼 무슬림들을 상대로 집단 학살(genocide)이 자행됐다는 것이 내 판단이며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연합]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취임 당일인 27일(현지시간) 첫 기자회견에서 “신장 지역 웨이우얼(維吾爾) 무슬림들을 상대로 집단 학살(genocide)이 자행됐다는 것이 내 판단이며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대중국 압박 정책의 변화 여부가 주목됐던 가운데 신장 지역 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앞서 '집단 학살'이란 표현을 쓴 건 폼페이오 전 장관이다. 그는 퇴임 전날이던 지난 10일 “공산당의 지시와 통제 속에 중국이 신장 지역에서 웨이우얼족과 다른 소수민족을 상대로 집단 학살을 저질렀다는 결론 내렸다”며 “중국 공산당 정부는 100만 명 이상의 민간인에 대한 임의 구금과 고문, 심각한 신체적 자유 박탈과 민족과 종교 집단을 파괴하는 행위가 이뤄졌다”고 맹비난했다.

유엔은 집단학살을 “국가적, 인종적 혹은 종교적 집단의 전부 또는 일부를 파괴하려는 의도”로 정의한다. 미 정부가 ‘집단 학살’이란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건 지난 2016년 IS(이슬람국가)의 행위를 ‘집단 학살’이라고 규정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 신장 지역 웨이우얼족 직업 교육 센터 [둬웨이 캡쳐]

중국 신장 지역 웨이우얼족 직업 교육 센터 [둬웨이 캡쳐]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 역시 초강경이란 사실이 확인되면서 신장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미 ABC 방송은 “집단 학살이란 표현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와의 결별을 의미한다”고 논평했다. 이어 서방 언론에선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내놓기 시작했다.

CNN은 “중국이 신장에서 집단학살을 자행하고 있다는 미국의 판단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 준비를 하는 선수와 국가들을 도덕적 궁지에 빠뜨리고 있다”며 “미국의 결정이 곧바로 참여 거부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90여 개 참가 국가에 압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릭 스콧 미 공화당 상원의원 등 12명은 지난해 3월 이미 국제올림픽위원(IOC)가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의회에 제출해놓은 상태다. 영국을 비롯해 호주, 캐나다 정치권도 보이콧 결의안을 추진하는 중이다.

1월 19일 촬영된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국립봅슬레이센터 [신화통신 캡쳐]

1월 19일 촬영된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의 국립봅슬레이센터 [신화통신 캡쳐]

영국 평론가 멜라니 필립스는 더 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나치가 유대인들을 지구 상에서 말살하려 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가 신장 웨이우얼인들을 억압하고 있다”며 “이는 인류에 대한 범죄이며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국제적인 보이콧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전례없이 강경한 어조로 반박하고 나섰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중요한 사항이니 세 번 말하겠다”며 “중국에 민족말살은 없다”고 세 번 반복해 말했다. 이어 “우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신장의 안정적 발전 상황을 직시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 바란다”며 “사실을 토대로 관련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라”고 경고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2017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380개의 수용 시설이 지어졌다고 밝혔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호주전략정책연구소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2017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에 380개의 수용 시설이 지어졌다고 밝혔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 홈페이지 캡쳐]

이에 BBC 중문판은 “중국 외교부는 신장 집단 학살 의혹을 반박하고 외국 인사들을 신장으로 초청하기도 했지만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재반박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지난해 9월 신장 지역 위성사진을 통해 2017년 이후 380개의 수용 시설이 건설됐으며 최근 1년 새 구금 시설 61곳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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