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내 우선 공급” EU “우리한테 더 달라”…아스트라 백신 놓고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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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백신 공급 부족 사태가 확산하는 가운데 영국·스웨덴의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의 공급 물량을 놓고 유럽연합(EU)이 공급사 및 영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아스트라, EU 공급량 40%로 줄여 #품귀 현상에 ‘백신 민족주의’ 확산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EU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모두 4억 회분의 백신 공급 계약을 맺고 3억3600만 유로(약 4550억원)를 투입했다. 하지만 지난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1분기에 계획 물량 8000만 회분의 40%쯤인 3100만 회분만 EU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EU의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영국 정부 대변인은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공장 2곳에서 생산한 백신 1억 회분을 자국에 우선 공급한 뒤 다른 나라로 수출할 수 있도록 계약했다고 밝혔다. 파스칼 소리오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26일 독일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EU 내에서 배양하는 원료의 생산성이 낮아 공급이 두 달 정도 늦춰진 것”이라며 “영국과는 EU보다 석 달 전에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스텔라 키리아키데스 EU 보건 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아스트라제네카가 EU에 공급하기로 한 백신의 생산 거점 4곳 중 2곳은 영국에 있다”며 “영국 공장에서 생산된 물량도 우리 구매 계약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영국 공장의 물량을 돌려서라도 EU에 대한 공급을 늘리라는 압박이다.

EU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27일 기자회견에서 “영국은 백신 개발과 생산이 국제 교류, 국제 파트너십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는 원론적 발언으로 논란을 비켜갔다. 영국은 성인의 10% 이상이 백신 1차 접종을 마쳤으며 2월 중순까지 1500만 명이 접종할 계획이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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