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패스트푸드, 유럽 비만인구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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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일부 국가에서 비만이 급증, 미국처럼 사회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최신 자료에 의하면 현재 선진국 가운데 성인의 비만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 88-94년에 성인 전체 인구의 23%가 비만자로 분류됐다. OCED 회원국만 따졌을 때 그 다음은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순이었다.

영국의 비만율은 80년 당시에는 7%였으나 91년에 14%로 배증했고 지난 2001년에는 22%를 기록, 서유럽국중에서는 가장 비만율이 높다.

2003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을 제외한 유럽 지역 국가들의 평균 비만율은 9%에 불과하다.

이같은 통계는 국가별 최신 통계를 반영한 것이 아니어서 현재는 이보다 비만율이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지난달 31일 스위스 연방통계청이 발표한 최신 자료에 의하면 37%가 과체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

OECD 자료에 의하면 스위스의 비만율은 92년 당시에는 5%, 97년에는 7%였다. 5년만에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과체중 인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밝혀져 같은 기간에 비만율도 동반 상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비만 인구을 증가시킨 것은 미국식 음식 문화가 주범으로 꼽힌다. 스위스 전문가들은 미국식 패스트푸드를 선호하는 추세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것을 꼽았다. 물론 젊은이들이 활발한 야외 활동을 기피하는 탓도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패스트푸드의 확산은 스위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1일 영국에서 미국식 패스트푸드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양이 많아 배를 쉽게 채울 수 있고 가격도 일반 메뉴보다 저렴한 것이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

이 신문은 런던 해롯 백화점의 음식 코너에 미국 크리스피 크림 도넛 판매점이 등장한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유럽인의 식생활이 미국식을 빠른 속도로 닮아가는 것은 장차 미국처럼 비만인구의 확산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비만학회의 한 관계자는 호주인들의 비만율이 높은 데 대해 이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싸게 음식을 섭취하는 반면에 자동차와 TV에 매달려 신체 운동량은 적어진 탓이 크다고 말했다.

호주인들은 전통적으로 야외활동과 스포츠를 사랑하는 문화적 전통을 가지고 있었으나 실제로는 노르웨이나 네덜란드처럼 야외활동을 위한 기후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가들보다 운동량은 적다는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벤저민 세나워 교수는 유럽인들은 미국 레스토랑에서 제공하는 음식량에 놀라곤 한다고 지적하면서 프랑스나 이탈리아인들은 자동차가 폭넓게 보급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량은 미국인보다 상당히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핀란드의 헬싱키에서 열린 제12차 유럽 비만학회 총회는 전세계 성인 비만인구가 2억5천만명에 달할 정도로 비만이 '지구촌 전염병'이 됐으며, 아직 최악의 상황은 도래하지 않았다는 경종을 울린 바 있다.

당시 총회 참석자들은 최근 일부 국가에서 수년 사이에 비만인구가 2배 혹은 3배로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유럽의 보건전문가들은 비만의 심각성을 잘 모르고 대책도 미흡한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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