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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코로나 감염 의심 반려견, 일주일째 확진 검사 못했다

중앙일보

입력

반려동물 마스크. *기사내용과 사진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반려동물 마스크. *기사내용과 사진은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 A동물병원에서 보호 중인 5살 수컷 프렌치불도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서울대 벤처기업인 프로탄바이오가 개발 중인 반려동물용 신속 항원검사 키트의 ‘임상’시험 과정에서다. 업체 측은 보호자의 동의를 얻은 뒤 신속 항원검사 시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지침 없어서"...코로나 확진자 반려동물 관리 사각

19일 감염 의심됐는데 

반려견은 17일 맡겨졌다. 보호자가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되면서다. 임상 결과대로라면, 바이러스가 보호자→반려견으로 전파됐을 수 있다. 이 반려견은 일주일전 신속 항원검사로 감염 의심 사실이 확인됐지만 아직 코로나19 확진 판정 전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최종 판정 권한을 갖고 있는데, 프로탄바이오에서 아직 검체를 맡기지 않았다. 검역본부는 26일 "관련 문의는 했지만 검체 이송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 수 있는 반려견이 일주일째 양성·음성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것이다. 사람이었다면, 몇시간~하루 이내 확진 여부가 확인됐을 일이다. 코로나19 대응 지침에 따르면 의심 환자를 최초로 인지한 병원은 시·도 및 질병관리청으로 즉시 신고하게 돼 있다. 반려동물은 이런 지침이 없다. 이런 사정에 경기도와 성남시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야 프렌치불도그 감염의심 사례를 접했다. 더욱이 성남시는 전날(25일)까지 보호 중인 병원도 파악 못 한 상태였다. 코로나 감염 의심 동물들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확진자 무더기 발생 진주기도원 시설폐쇄 행정명령. 연합뉴스

확진자 무더기 발생 진주기도원 시설폐쇄 행정명령. 연합뉴스

21일 고양이 첫 확진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코로나19 감염·의심사례가 나왔지만 이처럼 대응 지침·규정이 없다 보니 사실상 방치 상태로 여러 날을 흘려보내게 된다. 국내 첫 번째 반려동물 감염은 고양이다. 지난 21일 확진됐다. 당시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아닌 질병관리청에서 PCR검사 후 양성판정을 내렸다. 고양이는 집단감염이 터진 진주 기도원 모녀(양성)에게서 자랐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기도원 내 문손잡이, 텔레비전 리모컨 등 곳곳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혹시나 싶어 시행한 검사에서 고양이 3마리 중 한 마리에게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감염 고양이는 반려동물 돌봄시설에서 분리해 보호조치하고 있다.

검사지침 마련 중 

하지만 반려동물을 확진 일로부터 언제까지 격리해야 할지 규정이 없다. 격리해제나 접촉자 구분에 필요한 내용 등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확진자에게서 분리한 반려동물을 보호기관에 맡길 때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하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도 앞으로 확진자가 나오면 반려동물이 있는지 조사해 자가격리나 검사를 하도록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농림축산식품부와 반려동물 관련 지침을 만들기 위해 협의 중에 있다”며 “작성 주체는 농림부다. 정리되는 대로 (농림부와) 공동자료로 배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모습. 뉴스1

지난 2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공원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길고양이들의 모습. 뉴스1

"동물→사람 전파 가능성 작아" 

한편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사례가 보고되면서 동물→사람으로의 전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가능성이 작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도 동물에게서 전파되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가능성이 작다고 얘기한다.

질병청은 “국외에서는 드물게 동물의 양성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며 “현재까지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 시키는 데에 동물이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는 근거는 없다. 사람으로의 전파 가능성은 작다고 평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예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반려동물에게서 사람이 감염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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