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당신이 뛰는 사이 … 건강이 따라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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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품을 팔아야 무병장수한다. 소식(小食)과 더불어 가장 과학적으로 검증된 장수비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구릉지대나 중산간지대에서 1백세 이상 고령인구가 가장 많이 발견된다. 오르락내리락 평생 다리품을 판 덕분이다.

걷기와 달리기 등 다리품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이유는 혈액순환에 있다. 대표적 사례가 다리품을 박탈당한 골다공증 골절 환자다. 엉덩이 관절이 부러져 꼼짝없이 눕게 된 노인 10명 중 1명은 1년 이내에 사망한다. 혈액순환 장애로 혈관에서 혈전이란 피떡이 생기고, 이것이 뇌혈관을 막아 중풍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발은 제2의 심장이란 말 그대로 많이 걷고 뛸수록 심장의 펌프질을 도와 혈액순환이 개선된다. 혈관이 깨끗해지므로 뇌졸중과 심장병 등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생기는 치명적 질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한국인 4명 중 1명은 뇌졸중과 심장병으로 숨진다.

다리품이 좋은 둘째 이유는 췌장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췌장이란 혈당을 낮춰주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장기. 적게 움직이고 많이 먹는 현대인의 오장육부 중 가장 혹사당하는 곳이다.

췌장이 버티다 못해 녹다운되면 당뇨가 생긴다. 한국인 5백만명은 의학적으로 당뇨이며, 20년 후엔 1천만명으로 늘어나 '당뇨대란'이 우려될 정도로 당뇨는 심각하다. 걷기와 달리기는 가장 훌륭한 당뇨 예방수단이다.

셋째, 복부비만을 막을 수 있다. 복부비만은 모든 성인병의 공통분모를 맡고 있다. 팔과 다리는 가는데 배만 나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과 당뇨.고지혈증 등 성인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이른바 대사증후군에 걸릴 확률이 무려 84배나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허리둘레가 명줄을 좌우한다'는 말도 있을 정도. 걷기와 달리기는 복부비만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렇다면 걷기와 달리기 중 어느 쪽이 좋을까.

운동 초보자나 노약자라면 관절에 부담이 적은 걷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들은 하루 1만보 정도의 다리품을 권장한다. 3백칼로리에 해당하는 운동량이다. 현대인의 식사량과 운동량을 조사해 보면 평균 3백칼로리 정도의 칼로리가 남게 되고, 이것이 쌓이면 복부비만과 동맥경화 등 성인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개 자가용 출근자는 3천보, 대중교통 출근자는 5천보 정도 걷는다. 따라서 만보를 걸으려면 하루 중 따로 시간을 내 걸어야 한다. 빠른 걸음으로 40분 정도 걷게 되면 3천~4천보 정도를 걸을 수 있다. 걸음 수의 정확한 측정을 위해선 만보계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관절염으로 무릎이 아픈 사람들은 수중 걷기가 권장된다. 수영장에서 걸으면 된다.

걷기는 뚱뚱한 사람에게도 좋다. 살을 빼기 위해선 달리기처럼 고강도 단시간 운동보다 걷기처럼 저강도 장시간 운동이 좋기 때문이다. 이유는 운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원이 탄수화물과 단백질.지방의 순서이기 때문. 비만을 극복하기 위해선 탄수화물과 단백질보다 지방을 태워 없애야 하며, 최소 30분은 운동을 지속해야 이때부터 비로소 지방이 연소된다.

그러나 걷기는 달리기에 비해 체력향상 효과가 약하다. 여기서 체력이란 근력과 지구력.순발력 등 활력을 유지하는 능력.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 않고 늘 흐느적거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일을 거뜬히 수행하고도 피로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 체력의 차이 때문이다. 달리기는 체력 향상에 안성맞춤이다. 심장과 폐가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질병 예방 쪽이라면 걷기가, 체력향상 쪽이라면 달리기가 좋다는 것이다. 물론 걷기와 달리기를 혼합하는 형태의 운동이면 더욱 좋다. 운동의 시작과 끝은 걷기로, 중간은 달리기로 구성하는 것이다. 건강에 이상이 없다면 자신의 체력 여하에 따라 달리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주면 된다.

걷기와 달리기 어느 쪽이든 지켜야 할 운동의 금과옥조가 있다. 바로 규칙성이다. 최소 30분, 일주일에 걷기는 5회, 달리기는 3회를 유지해 줘야 원하는 운동효과를 거둘 수 있다. 평일엔 운동을 하지 않다가 주말에만 운동하는 것은 큰 도움을 못준다.

공기 오염이 심한 도심지 거리나 실내 헬스클럽에서 걷고 달려도 효과가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걷고 달리는 이유는 맑은 공기를 마시기 위함이 아니다. 오염된 공기는 운동을 하든 하지 않든 폐를 통해 들이마실 수밖에 없다.

다리품을 파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혈관을 깨끗하고 튼튼하게 유지하기 위함이다. 공기가 맑지 않아도 혈관만큼은 걷기와 달리기를 통해 튼튼해질 수 있다.

◇ 도움말 주신 분=일산백병원 양윤준 교수, 서울아산병원 진영수 교수, 삼성서울병원 박원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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