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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외할머니 이야기로 미국 최고권위 아동문학상 받아

중앙일보

입력

한국의 호랑이 이야기로 뉴베리 메달을 받은 테이 켈러. [연합뉴스]

한국의 호랑이 이야기로 뉴베리 메달을 받은 테이 켈러. [연합뉴스]

한국계 미국인 작가 테이 켈러가 미국의 아동 문학상인 ‘뉴베리 메달’을 받았다. 미국도서관협회(American Library Association, ALA)는 25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켈러의 장편 동화『호랑이를 잡을 때(When You Trap a Tiger)』를 2021 뉴베리 메달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ALA는 매년 뉴베리 메달과 칼데콧 메달 수상작을 발표하며 이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있는 아동 문학상이다.

2021 뉴베리 메달 받은 한국계 미국작가 테이 켈러

켈러는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작가다. 어머니 노라 옥자 켈러는 한국인 어머니,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고 미국인과 결혼했다. 하와이에서 자란 켈러는 병에 걸린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주인공 릴리가 마법의 호랑이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일을 그렸다. 할머니의 건강을 돌려주겠다고 릴리에게 제안하는 호랑이는 켈러의 외할머니가 들려준 한국 전래동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심사위원단은 “한국 전래동화가 삶에 전하는 사랑, 상실, 희망을 환기시키는 마법적 사실주의의 걸작”이라며 “할머니(halmoni)의 동화를 통해 릴리는 이야기가 과거를 공유하고 미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며 한국어 '할머니'를 영어로 그대로 옮겨 평했다.

뉴베리 메달을 받은 『호랑이를 잡을 따(When You Trap a Tiger)』. [연합뉴스]

뉴베리 메달을 받은 『호랑이를 잡을 따(When You Trap a Tiger)』. [연합뉴스]

켈러의 어머니 역시 소설가다. 어머니 노라 옥자 켈러는 종군 위안부를 다룬 소설 『위안부(Comfort Woman)』(1997)로 1998년 미국 도서상(American Book Award)을 받았고, 위안부의 세대에 걸친 트라우마를 주제로 『폭스 걸(Fox Girl)』(2002)를 썼다.

켈러는 자신의 인종 정체성을 작품에 사용한다. 첫 아동 문학인 『깨지는 것들의 법칙(The Science of Breakable Things)』(2018)에서도 자신과 동일하게 4분의1이 한국인인 주인공을 내세웠고, 이번 수상작의 주인공도 혼혈이다. 켈러는 “목소리를 찾는 혼혈 소녀들에대해 쓴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뉴베리상은 18세기의 서적상인 존 뉴베리를 기리며 1921년 제정돼 매년 수여된다. 한국계 작가로는 미국인인 린다 수 박(Linda Sue Park)이 『사금파리 한 조각(A Single Shard)』으로 받았다. 그림책에 돌아가는 올해의 칼데콧 메달은 미카엘라 고아드의『우리는 물의 수호자(We Are Water Protectors)』가 받았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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