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가 안돼? 억울한 누명 쓴 사연

중앙일보

입력

그는 결혼한지 두어달이 조금 넘은 새 신랑이다. 신혼 초에는 깨가 쏟아질 듯한 둘만의 재미에 방독이 깨져도 모른다는 속언이 있다는데 그만은 아니올씨다라 한다.

오히려 남다른 고민에 휩싸인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진 채 울상이다. 왜냐고? 부부관계가 안돼서다.

◇ "나이가 몇인데, 발기가 안되다니?"

"아니? 나이가 몇인데 발기가 안되다니, 그 나이에는 철판이라도 뚫을 수 있어야 되는거 아니야?" 이런저런 말들이 난무하는 퇴근길의 소주집을 뛰쳐 나온 그! 갈곳이 마땅치 않다.

집에 들어가기가 두려운 것이다. 매일저녁 당해야 하는 곤욕이 그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저녁도 어김없이 아내의 시도는 계속될텐데, 오늘이라고 성공할 리 만무하겠지..)

한숨과 더불어 아내의 얼굴이 커다랗게 다가오면서 몸 전체를 압박해 오고 있다. 여기에 때 맞춰서 오금이 저리는 것 같은 느낌이 아래 그곳으로부터 전신을 엄습 해오고 있었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긴장 속에서도 얼마간은 기대를 가지고 혼신을 다해 시도를 거듭해 봤다. 그러나 지금은 포기해버린 지 오래다.

◇ "당신 혹시 불구 아니에요?"

'오늘은 잘 되겠지. 아니야, 좀 긴장해서 안됐을 거야. 술을 좀 마시고 시도 해 봐야지, 그러면 느긋하게 긴장이 풀려 잘 되겠지.'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참패의 연속일 뿐이었다. (당신 혹시 불구가 아닌가요? 날 속이고 결혼한 것 아녜요?) 행여나가 역시나였다.

오늘 저녁의 참담한 실패 뒤 보인 아내의 표정에서 읽었던 무언의 항변이 그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이젠 아내까지도 점점 불만의 표정을 감추려 들지도 않는다. 급기야 성기능 장애자가 아니냐는 노골적인 의심과 불만을 내뱉는 것 같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이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결혼 전에 다른 여성과 가졌던 관계에서는 잘 되었으니까요" 클리닉을 찾아온 그가 어이없다는 듯 허탈하게 내뿜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결혼 전에 사귀었던 여자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술집의 어떤 여성으로부터는 그의 솜씨에 칭찬까지 들어봤을 정도로 강했다는 하소연이었다.

◇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심인성 발기부전'

그런데 첫날밤 시도가 불발된 후로는 영 자신이 서지 못한 채 실패의 연속이라는 것이었다. 어떤 때는 아예 발기가 안돼서, 어떤 때는 발기가 됐다가도 막상 삽입시에 햇볕에 눈 녹듯 사르르 죽어버리기 때문이라 한다.

발기부전에 대한 정밀 검사가 시행됐다. [리지스켄], [도플러], 그리고 남성호르몬을 측정하기 위한 혈액 검사 등이 포함 됐음은 물론이다.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 심인성 발기부전이었다. 음경을 비롯해 신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중압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기부전을 일으킨 것이다.

이런 유형의 발기부전은 주로 젊은이에게 많으며 모든 발기부전
중 40-50% 정도를 차지한다. 중압된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통을 따라 음경의 말단 신경에서 음경 동맥을 수축해버리는 물질을 분비한다. 그 결과 수축된 음경은 일어 날 줄 모르게 되어 버린다.

◇ 심인성 원인 발기부전 치료율은 80% 정도

이를 가리켜 [심인성 발기부전]이라 한다. 치료는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약물과 음경 확장제 주사가 이용된다. 치료율은 80%에 가깝기 때문에 진단만 내려진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강제로 음경 동맥을 확장시켜서 발기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주사제는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일시적 목적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발기는 되고 있지만 조금 약할 때 이 약을 주입한다면 마치 20대와 같은 불기둥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이든 분들에게는 일시적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를 시작한지 3주쯤, 병원을 찾은 그의 얼굴빛이 인상적이었다. 맨 처음 병원을 들렀을 때의 어둡고 움츠렸었던 자태는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당당하고 활짝 펴진 얼굴엔 미소만 가득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해 냈습니다. 우린 서로 얼싸안고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신혼 첫날밤, 어쩌다가 실패한 부부관계 때문에 아내로부터 발기부전 환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받았었던 일! 그동안 받았던 억울함과 누적된 긴장이 연거푸 관계 실패를 가져 왔었다.

오늘은 어떨까? 내일 또 안 된다면 어쩌나? 관계직전의 긴장은 마치 전투를 앞둔 초년병처럼 그의 가슴을 짓눌렀으리라. 바로 이런 정신적인 압박감이 발기부전의 주범인줄 모르고 발버둥과 방황을 거듭했던 그가 드디어 굴레를 벗음으로써 해방을 찾게 된 것이다. 동시에 성불구가 아닐까 하는 억울한 누명까지 벗게 됐으니 일석이조가 아니고 무엇이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