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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조원으로 큰 e커머스 시장…이베이 빈자리 누가 차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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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시장에선 쿠팡의 기업 가치가 300억 달러(약 3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쿠팡]

시장에선 쿠팡의 기업 가치가 300억 달러(약 3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쿠팡]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eBay)코리아는 최근 임직원 미팅을 열고 매각을 기정사실로 했다. 이베이의 미국 본사가 지난 19일 한국 사업 매각 의지를 밝힌 직후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24일 “매각에 6개월~1년 정도 걸릴 것이란 구체적 얘기까지 임직원 미팅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 유통 대기업은 물론, IT기업까지 각축 #“경쟁 치열해지면서 도태되는 기업 많이 나올 것”

온라인 쇼핑(e커머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2019년 135조원 규모였던 국내 시장 규모가 지난해 150조원을 가뿐히 넘은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도 크지만, 토종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쿠팡을 위시한 소셜커머스 업체는 물론 롯데·신세계와 같은 기존의 유통 대기업, 그리고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기업까지 경쟁에 불을 붙였다. 여기에 재계 3위 SK그룹의 11번가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베이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뜻을 밝힌 것도 이런 상황이 고려됐다. 한때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했던 점유율은 최근 10% 초반까지 떨어졌다. 토종 유통기업에 밀려 2006년 동시에 한국을 떠난 미국의 월마트와 프랑스의 까르푸가 연상된다.

온라인 쇼핑의 월별 거래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온라인 쇼핑의 월별 거래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베이를 떠나게 한 쿠팡의 힘 

이베이가 떠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소셜커머스의 상징인 쿠팡이다. 앱·리테일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거래액은 22조원에 육박한다. 2019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쿠팡은 올해 미국 나스닥(NASDAQ) 상장을 추진 중이다. 시장에선 쿠팡의 기업 가치가 300억 달러(약 3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이 이뤄지면 쿠팡은 다시 거액의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다. 쿠팡의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도움 없이도 또다시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다.

티몬도 ‘타임 커머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최근 몇 년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시간대별로 여러 가지 상품을 할인해 내놓는 일종의 특가 기획전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시로 티몬 앱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닐슨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올 1월 평균 체류 시간 비교에서 2주 연속 e커머스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자본심 회복에 나선 롯데·신세계 

롯데와 신세계 같은 유통 대기업도 잃어버린 자존심의 회복을 꿈꾼다. 특히 신세계이마트 계열의 SSG닷컴은 선방 중이다. 기존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온·오프라인 연계가 활발하다. 스타벅스 온라인 샵도 눈길을 끌고 있다. 덕분에 2019년 3조원에 밑돌던 연간 거래액이 지난해 4조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마트의 가치가 SSG닷컴 덕분에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SSG닷컴 배송 장면. 네이버, 쿠팡에 이은 e커머스 시장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과 연계가 강점. [사진 SSG닷컴]

SSG닷컴 배송 장면. 네이버, 쿠팡에 이은 e커머스 시장 3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과 연계가 강점. [사진 SSG닷컴]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허리띠를 바짝 조이는 롯데는 지난해 4월 시작한 ‘롯데온’이 희망의 끈이다. 조금씩 성과도 나온다. 롯데온의 지난달 매출은 출범 초기와 비교해 130% 늘었다. 롯데온에 입점한 셀러(상인) 숫자도 두 배가 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신년 사장단 회의에서 질타했을 정도다. 롯데온은 올해 식료품류를 내세워 영역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셀러 숫자 역시 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 거래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이커머스 사업자 거래액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류 1위와 손잡은 진짜 강자 네이버 

진짜 강자는 기술과 자본을 모두 갖춘 네이버다. C2C(소비자 대 소비자 간)형 오픈마켓인 스마트 스토어를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네이버페이를 통한 간편 결제도 강력한 무기다. 여기에 물류업계 1위 CJ대한통운과 주식 교환을 통해 손잡은 것 역시 업계를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네이버는 지난해 3분기부터 아예 e커머스 부문을 재무제표에서 별도로 분리해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에만 e커머스로 3000억원에 가까운 영업 이익을 냈다.

스마트 스토어의 경우 매출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 e커머스 업체와 달리 수수료 개념이 없다. 네이버는 대신 결제 수수료와 가격 비교 등을 통해 수익을 본다. 물건을 파는 사람 입장에선, 네이버가 수수료 부담이 가장 적다. 네이버 관계자는 “올해는 산지에서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으로 스토어를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상품군 별 온라인 쇼핑의 거래액 증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상품군 별 온라인 쇼핑의 거래액 증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카카오는 네이버에 비하면 아직 규모는 작다. 2019년 기준 카카오의 e커머스 거래액은 3조원이다. 20조원으로 추정되는 네이버에 비하면 ‘꼬마’다. 하지만 카카오의 매출 대부분은 전자 쿠폰 형태의 ‘선물하기’를 통해 발생한다. 따라서 다른 e커머스 업체와 달리 별도의 물류비용이 들지 않는다. 카카오는 이에 더해 명품과 같은 선물류의 제품군을 늘릴 계획이다. 비교적 젊은 층에 집중된 선물하기 서비스 이용자를 중장년층으로 확대하겠다는 계략이다.

익명을 원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22일 장 마감 기준으로 롯데쇼핑의 시가총액이 3조2815억원, 이마트가 4조8504억원인데 반해 쿠팡은 32조원이라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온라인 쇼핑 시장의 규모가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그 과정에서 도태되는 기업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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