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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32조 쿠팡 2분기쯤 나스닥 상장"···IPO 급한 4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연초부터 유통업계에서 온라인 강자로 통하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쿠팡은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이 나스닥 상장을 위한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블룸버그 통신도 최근 "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이르면 올해 2분기쯤 이뤄질 것"이라며 "기업 가치가 300억 달러(약 32조84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Deep & Wide] 훌쩍 자란 쿠팡, 올해 상장설 4가지 이유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사진 쿠팡]

쿠팡 물류센터의 모습. [사진 쿠팡]

"잘 나갈 때 상장하자" 

13일 투자은행(IB)·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의 나스닥 상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크게 네 가지를 꼽았다. 우선 쿠팡의 확연한 매출 성장세 때문이다. 앱·리테일 분석업체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거래액은 21조7485억원 정도다. 한 해 전보다 41%가 늘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비용도 늘었지만, 성장세만큼은 확실하다.

거래액 성장만큼 시장 지배력도 커졌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쿠팡 앱의 월 사용자는 2019년 12월 1287만 명에서, 지난해 12월 1543만 명으로 증가했다. 삼성증권 박은경 애널리스트는 “쿠팡의 역사가 곧 한국 뉴커머스의 역사”라고 평가한 바 있다. 또 2019년 7205억원이던 영업적자도 지난해에는 2000억원 대로 줄였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투자 확대 위한 '실탄' 마련해야  

쿠팡이 성장을 이어갈 ‘실탄’이 필요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 등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최근의 쿠팡 금고는 서서히 비어가고 있다. 2019년 말 현재 쿠팡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8067억원 정도다.

여기에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택배 사업자 면허 재발급 등에 추가로 돈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배달업계의 경쟁이 불붙으면서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등은 기존 업체들은 지난해에 1200억~20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쿠팡의 든든한 배경이던 비전펀드는 2019회계연도(2019년4월1일~2020년3월31일)에 1조9000억엔(21조6300억원)의 손실을 내 쿠팡이 추가 투자 유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네이버·아마존 등과 경쟁 대비  

또 온라인시장에 최근 강력한 라이벌들이 속속 참전하고 있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교환을 통해 손잡은 게 대표적이다. 온라인 e커머스 분야의 강자인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제휴하면서 물류망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없이 배송 시간을 확 줄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여기에 SK그룹 계열의 11번가와 아마존이 손을 잡고 합작 서비스를 준비 중인 상황도 쿠팡을 긴장시키고 있다. 쿠팡이 지금까지는 국내 유통업체와 경쟁했다면 앞으로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도 직ㆍ간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e-커머스 규제 대응도 필요   

마지막으로 쿠팡은 장기인 ‘로켓배송’을 둘러싼 정부 정책 변화에도 대응해야 한다. 정치권은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 집중된 규제를 e커머스(전자 상거래) 업계로 확장하려 하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10월 신임 대표로 김앤장 로펌 출신인 강한승 변호사를 영입한 것도 이런 규제 관련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이란 분석이다.

IB·유통업계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늦어도 연내에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비전펀드를 등에 업은 만큼 흥행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예상대로 쿠팡의 상장이 이뤄지면 상장을 준비 중인 티몬이나 11번가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부)는 "쿠팡을 둘러싼 분위기가 좋은 만큼 목표로 알려진 300억 달러의 시장 가치는 충분히 인정받을 것"이라며 "언택트 시대를 맞아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만큼 쿠팡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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