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의 전쟁'에 나선 美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살 빼는 일이 순전히 개인의 책임이었던 시대는 적어도 미국에서는 끝나가는 듯 하다. 미국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살과의 전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은 12일 직원들의 다이어트를 위해 미 기업들이 머리를 짜내 마련한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했다.

미국의 장거리 통신회사인 스프린트는 캔자스시티 외곽에 약 24만4천 평 규모로 대학 캠퍼스 형태의 신사옥을 마련하면서 회사 구내에 직원들의 주차를 엄격히 제한했다.

직원용 주차장을 사옥에서 약 800m 떨어진 외곽에 마련, 차를 가져와도 사옥까지 한참을 걷게끔 만들었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는 수압으로 작동돼 차라리 걸어서 올라가는 편이 빠를 정도. 성질 급한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굼뜬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한다.

회사는 계단을 이용하는 번거로움을 달래주듯 바깥 풍경이 훤히 비치는 통유리를 계단 사이에 설치하는 배려를 선보였다.

유니온 퍼시픽 철도회사는 비만 직원들의 감량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일부 비만 직원에게 최근 체중 감량제를 처방해주기도 했다.

또 캐피털 원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신사옥의 식당을 회사 가운데 지점이 아닌 맨 끝에 설치했다. 역시 '먹었으면 걸으라'는 의도에서다.

이처럼 기업들이 직원들의 살 빼기를 적극 거들고 나선 것은 비만으로 초래되는 비용이 큰 폭으로 늘어 경영에 위협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여겼기 때문.

미 보건당국은 지난 2000년 비만으로 1천170억 달러가 소요됐으며 매년 30만명이 비만과 관련한 성인병 등으로 숨진다고 밝힌 바 있다.

직원 4만8천명 중 약 54%가 비만인 유니온 퍼시픽은 비만 직원 비율을 1% 낮추면 170만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켈리 브라우넬 예일대 식생활 연구소장은 "개인의 책임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국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면서 기업들의 다이어트 권장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프린트 직원 브렌다 구덴카우프(36)는 "식사를 하러 가거나 차를 가지러 가는 것만으로도 평상시보다 더 많이 걷게 된다"며 "이 곳으로 처음 옮길 때는 많이 걸어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끔찍했지만 지금은 매우 좋게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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