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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꺼풀만 벗기면… '뽀송뽀송 피부'의 꿈

중앙일보

입력

피부는 사람의 나이를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기관. 피부를 깎는 행위는 인간도 곤충처럼 껍질을 한꺼풀 벗겨내면 젊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고대 이집트와 터키에선 동물기름이나 소금.겨자.불을 이용해 피부를 벗겼다는 기록이 있다. 이 비법을 면면히 이어온 사람들이 집시다. 이후 근세 피부과의사들은 황과 레졸시놀을 이용해 박피용액을 만들었고, 1940년대엔 독극물인 페놀이 등장했다. 젊고 탄력있는 피부로 노화를 감추려는 박피술의 역사는 이렇게 유구하다.

◇ 때 벗기는 것도 일종의 박피

지난달 말 서울의 한 피부과에선 새로운 박피술이 선보였다. 브라질의 피부과 의사를 초청해 환자의 얼굴 피부를 벗겨내는 시연을 한 것. 이 시술이 화제가 된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 조심스럽게 시도되던 심층박피가 이를 계기로 대중화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심층박피란 피부 진피층의 중간단계까지 피부를 깎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지금까지 어떤 박피술보다 가장 깊이 약물이 침투하기 때문에 동시에 위험도 따른다. 사용된 약물의 주성분도 페놀이다. 페놀은 지금까지 심장부정맥을 유발하거나 피부에 화상을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기피되던 약물이지만 최근 새롭게 배합된 제품으로 탈바꿈해 다시 등장했다.

박피(필링)는 말 그대로 피부를 벗긴다는 뜻. 목욕을 하면서 때를 미는 것도 피부의 가장 바깥층인 각질층을 벗기는 일종의 박피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박피를 하면 피부가 젊어질까. 피부는 28일을 주기로 허물을 벗는다. 표피층 피부세포가 노후해지면 각질과 때가 돼 떨어져 나간다. 이때 노화된 각질층이 벗겨지면 표피 아래쪽 진피층의 탄력섬유조직인 콜라겐이 자극을 받아 피부가 재생된다. 박피는 이러한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특히 박피가 얼굴에 집중되는 것은 애드댁사라는 피부 부속기관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애드댁사란 땀샘.피지선.모낭 등을 말하는 것으로 이러한 부속기관이 많을수록 피부재생이 잘된다.

◇ 박피 종류 많지만 원리는 같아

한번 시술로 피부가 찐빵처럼 부풀어오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박피 종류가 수없이 등장한다는 것은 어느 것도 시술효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을 뜻한다.

박피는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 각질층과 표피 일부를 벗겨내는 피부스케일링, 표피층을 제거하는 얕은 박피, 진피층의 상단까지 깎아내는 중간박피,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피층 중간단계까지 들어가는 심층박피가 그것이다.

방법은 크게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것과 기계를 이용한 박피로 나뉜다. 화학물질은 페놀의 부작용을 없앤 트리클로로아세틴산(TCA)과 과일에서 얻는 글리콜릭산(AHA)이 대표적이다. 각각의 농도에 따라 피부를 깎는 깊이가 다르다. 예컨대 10% 농도는 표층, 50%는 중층, 1백%는 심층박피에 사용된다.

화학박피는 피부가 고르게 벗겨지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약의 농도와 도포의 기술에 따라 균일한 박피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을 개선하고 기계식 박피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 1980년대 후반에 등장한 레이저다. 이후 초음파나 크리스털 가루를 분사해 피부를 벗겨내는 방법도 개발됐지만 어느 것도 원리는 같다.

박피는 줄타기와 같다.안전성을 추구하면 효과가 떨어지고, 효과를 높이려면 위험이 따른다. 치료 횟수를 늘려도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안전에 더 큰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박피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홍반과 반흔. 피부에 붉은 색소가 침착하거나 피부세포의 과잉증식으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부풀어 오른다. 특히 체질에 따라 피부반응이 달라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 아직도 시험은 계속된다

박피시술의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부작용을 줄이면서 한번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최근 등장한 더미지와 페놀을 이용한 심층박피는 관심을 끌 만한 주제다. 더미지는 고주파를 이용한 것으로 피부를 벗겨내지 않으면서 한번 시술로 박피효과를 내는 기계식 박피술. 그러나 새로운 시술법인 만큼 아직 국내 시술성적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평가는 이르다는 지적이 있다.

페놀을 이용한 심층박피로 엑소덤이 관심을 끄는 것은 페놀의 독성을 최소화했다는 점 때문이다. 엑소덤의 페놀 농도는 60%. 여기에 공개하지 않는 여러가지 약물을 배합해 약물이 혈관으로 유입하는 것을 막고, 피부의 진피 중간층 이상을 침투하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 시술의사의 주장이다.

단 한번 시술을 한다는 점과 깊은 주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큰 장점. 그럼에도 아직 보편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전성에 대한 공식적인 국내 평가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또 심층박피인 만큼 1주일은 외부활동을 제한해야 하고, 2개월 이상 얼굴홍조현상을 피할 수 없다.

도움말 :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이상준 원장, 테마피부과 임이석 원장, 김성완피부과 원장, 아주대병원 피부과 강희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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