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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상대의 비밀통장 인정하라” 예비 신혼 부부에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87)

얼마 전 예비신혼 부부를 대상으로 돈 관리에 대해 강의를 했습니다. 관심사와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2021년 대한민국이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비혼’과 ‘저출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이가 결혼하지 않고, 결혼해도 자녀를 가지지 않으려고 하고, 가져도 하나만 가지려고 하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이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돈’이고, 부부관계가 깨지는 가장 흔한 이유도 ‘돈’이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돈’이다. [사진 unsplash]

결혼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돈’이고, 부부관계가 깨지는 가장 흔한 이유도 ‘돈’이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돈’이다. [사진 unsplash]

물론 해결은 쉽지 않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과 기대를 회복해야 하고, 자녀를 키우기에 어렵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걸 해내지 못하면 역사 속에서 대한민국은 반짝했다가 사라지는 비운의 역사를 가지게 될 것 같아 가끔 우울합니다. 그래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를 만나는 시간은 늘 긴장되기도 하고 사명감으로 들뜨기도 합니다.

사명감과 미안함을 가지게 되는 대상이라 애정을 가지고 준비하면서 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할지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 결혼하는 부부는 합리적인 예측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60~70년 정도를 부부로 살아야 하고, 은퇴 후 30년 이상을 함께 생활해야 합니다. 짧지 않은 시간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결혼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도 ‘돈’이고, 부부관계가 깨지는 가장 흔한 이유도 ‘돈’이며, 행복한 삶을 누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돈’입니다. 그래서 돈을 다루는 세 가지 태도와 부부가 함께 지켜야 할 십계명을 정리해서 전달했습니다.

돈 때문에 생기는 오해와 실망을 줄이고, 돈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줄이려면 ‘인정, 소통, 공부’ 세 가지 태도를 가져야 한다. [사진 unsplash]

돈 때문에 생기는 오해와 실망을 줄이고, 돈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줄이려면 ‘인정, 소통, 공부’ 세 가지 태도를 가져야 한다. [사진 unsplash]

부부가 결혼하면서 함께 가져가야 할 돈에 대한 세 가지 태도가 있습니다. 돈 때문에 생기는 오해와 실망을 줄이고, 돈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줄이려면 ‘인정, 소통, 공부’ 세 가지 태도를 서로 견지해야 합니다.

인정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생각이나 태도, 습관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30년 가까운 세월을 다른 환경에서 다른 경험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하는 습관이 다르고 저축과 투자에 대한 관점이 다릅니다. 가족들과 관계를 맺어나가는 스타일도 다르고 가족에게 느끼는 감정도 다릅니다. 누구는 맞고 누구는 틀린 것이 아닙니다. 다른 것입니다. 다를 수 있음을, 서로 다른 것이 당연함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돈 때문에 싸우지 않습니다.

그다음은 소통입니다. 수입·지출 등 돈의 크기도 문제이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태도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돈을 조금 덜 벌고, 돈을 조금 많이 쓰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왜 그렇게 쓰는지, 왜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는지는 이해가 안 되고 이해하기도 힘듭니다. 그래서 부부는 서로 돈에 대해 소통해야 합니다. 벌고 쓰고 불리고 나누는 문제에 대해 어떤 원칙을 함께 세워야 할지. 어떤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고 어떤 것은 조정할 수 있는 것인지 소통해야 합니다. 소통을 위한 시간과 소통할 내용을 미리 정해놓고 매월, 매년 정기적으로 돈에 대해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돈에 대해 함께 공부해 나가야 합니다. 직업, 전문분야, 전공에 따라 경제와 금융에 관해 이해하는 지적·경험적 수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이 공부하면서 서로 성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결혼 전까지는 주식 투자를 해 본 적이 없어도 같이 투자를 해 보고, 부동산도 같이 보러 다니고 강좌나 유튜브 영상을 같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 년에 한두권 정도는 재테크 책을 같이 보면서 토론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부부가 행복과 자산을 함께 키워나가려면 서로 인정하고 공부해야 한다. [사진 unsplash]

부부가 행복과 자산을 함께 키워나가려면 서로 인정하고 공부해야 한다. [사진 unsplash]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함께해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문제에 봉착하면서도 관심을 함께 가지지 않는 부분이 돈에 관한 내용입니다. 서로 인정하고 소통하고 공부하면서 행복과 자산을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위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부부가 함께 지켜야 할 자산관리 십계명을 만들어 봤습니다. 읽어보시면 다 알 수 있는 내용이지만 잘 지키지 않는, 하지만 꼭 실천해야 할 내용입니다.

신혼부부 자산관리 십계명

1. 결혼과 함께 통장도 결혼시킨다.
수입 지출을 따로 관리하지 말고, 각자 가지고 있는 자산과 부채를 공개하고 하나의 자산으로 합쳐 운용해야 합니다.

2. 함께 예산을 수립하고 매월 결산한다.
서로의 용돈, 중요한 지출 등에 대해 같이 소통하고 결정하고 함께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3. 3개월치 생활비를 비상자금으로 따로 준비한다.
다양한 사고나 질병, 집안 대소사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비상자금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상대방의 비밀통장을 인정한다.
서로가 건드리지 않는 영역, 각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돈 관리는 역량 있는 사람이 맡아서 한다.
돈 관리 전체를 한 사람이 맡을 수도 있고, 또는 소비는 남편, 투자는 아내 스타일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담당하고 내용은 소통하면 됩니다.

6. 매년 장단기 재무 목표를 수립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연말·연초에 같이 재무목표를 점검하고 조정하고, 그에 맞게 저축이나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면 신뢰와 행복, 자산이 함께 커 자랍니다.

7. 한 사람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한사람의 소득은 저축·투자한다.
자녀 출산 전, 맞벌이 때는 조금 독하게 한사람의 소득으로 생활하는 것이 초기 종자돈 마련에도 좋고 출산·이직·실직 등의 상황에 대비하는 소비 훈련에도 좋습니다.

8. 보험은 결혼과 함께 제대로 리모델링한다.
보험은 결혼과 함께 제대로 한번 점검하고 가정 경제 전반적인 상황에서 필요한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험 영업하는 지인과의 관계보다 가정경제 건전화 관점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9. 은퇴준비는 결혼과 함께 바로 시작한다.
은퇴준비는 미리하면 힘들지 않습니다. 세제혜택이 있는 연금저축펀드, IRP 등을 활용해 천천히 준비를 해 나가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 시작해야 합니다.

10. 돈 공부를 함께하는 부부가 된다.
부부가 선호하는 방법을 선택해 계속 돈 공부를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 자녀에게도 그런 모습이 도움이 됩니다.

행복한 가정 경제를 이루지 못하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힘듭니다. 신혼 초부터 함께 인정하고 소통하고 공부하면서 노력하면 경제적인 자유를 이루는 멋진 부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땅에 잘 먹고 잘사는 멋진 부부가 많아지기를 기도합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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