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개미는 왜 주가가 비쌀 때 사고 쌀 때 파는 걸까

중앙일보

입력 2020.12.25 14:00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85)

돈을 잘 다루는 사람은 돈이 참 위험한 물건이자 사고뭉치이고, 원칙과 기준이 없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존재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는 자신이 돈을 통제하기 힘들다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쉽게 다룰 수 있고 내가 마음먹은 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약함을 보완해줄 다양한 통제장치를 활용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행동장치(commitment device)’라고 합니다.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결박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결박을 풀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결박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결박을 풀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행동장치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사례는 ‘오디세이’의 주인공인 오디세우스입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세이렌 자매’가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섬을 지나가게 됩니다. 세이렌 자매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그 매혹적인 소리에 빠져 바다로 뛰어들고 맙니다. 이런 위험에도 불구하고 세이렌 자매의 노래를 듣고 싶었던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결박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결박을 풀지 말라고 했습니다.

세이렌의 고혹적인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오디세우스는 결박을 풀려고 몸부림치고 자신을 풀어달라고 소리쳤지만 밀랍으로 귀를 막은 부하들은 그의 절규를 듣지 않고 그를 더욱 단단히 묶어둡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랫소리는 점점 약해져 마침내 세이렌의 유혹으로부터 무사히 벗어나 섬을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오디세우스에게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입니다. 자신도 다른 사람들처럼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은 유혹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오디세우스도 세이렌의 노래를 들었을 때 부하들에게 자신을 풀어달라고 소리칩니다. 오디세우스가 우리에게 주는 첫 번째 가르침은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겸손함입니다.

두 번째 교훈은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자신을 돛대에 결박해 물에 뛰어들 수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피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때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물에 뛰어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낭비, 과소비, 충동구매 등으로 그 피해가 크다면 신용카드를 없애 신용구매, 할부구매를 하지 않고 현금 범위 내에서만 지출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QuoteInspector]

낭비, 과소비, 충동구매 등으로 그 피해가 크다면 신용카드를 없애 신용구매, 할부구매를 하지 않고 현금 범위 내에서만 지출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 QuoteInspector]

돈을 잘 다루는 많은 사람은 이미 다양한 행동장치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먼저 소비가 통제가 안 될 때 사용하는 몇 가지 행동장치를 생각해 봅시다. 먼저 신용카드를 잘라버리면 어떤 효과가 생길까요? ‘신용카드를 잘라버리는 것이 좋다’고 얘기하면 많은 사람이 각종 포인트와 신용카드사가 제공하는 혜택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신용카드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낭비, 과소비, 충동구매 등으로 그 피해가 크다면 신용카드를 없애 신용구매, 할부구매를 하지 않고 현금 범위 내에서만 지출하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신용카드를 없애고 체크카드로 사용하는 것이 소비를 통제하는 행동장치가 됩니다.

체크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면 한 달 소비 예산을 미리 정해 놓고 그 외에는 자동이체를 통해 미리 저축해 버리는 것도 좋은 행동장치일 수 있습니다. 통장에 돈이 없으니 소비를 할 수 없게 되는 거죠.

나같이 통제가 안 되는 남자가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통장을 모두 아내에게 맡겨버리는 겁니다. 사업을 하거나 인간관계로 지출이 많은 분에게는 아내의 통장 관리가 엄청나게 강력한 행동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저축이나 투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행동장치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부자들의 생각법』이라는 책에서 저자 하노 벡은 연금저축과 주택 구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독일의 연금제도가 대한민국 연금제도와 다른 점이 있겠지만, 납입할 때 세제 혜택을 주고 연금으로 수령하도록 하는 것과 연금이 아니라 중도에 인출하려고 할 때 벌칙이 있는 것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일 년에 400만원을 저축한다고 했을 때 세액공제를 받는 연금저축에 가입하면 매년 100만원이 넘는 돈을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금리를 생각하면 엄청난 수익률입니다. 하지만 꺼려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중간에 돈 쓸 일이 있을 때 찾아서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쓰려면 그동안 세액공제를 받았던 돈보다 더 큰 벌칙을 감당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단점이 행동장치라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돈을 잘 찾아 써버리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해줄 좋은 장치가 되니까요.

현재 부동산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하노 벡은 주택 구입도 좋은 행동장치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대출을 활용해 집을 사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자동으로 지출을 줄이게 되고 결국 집은 자산으로 남게 되니까요. 행동장치라는 개념을 알든 모르든 많은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내 집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투자라는 개념과는 전혀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긴 합니다.

약점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행동장치를 만드는 것이 부자가 되는 지혜입니다. [사진 Pixabay]

약점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행동장치를 만드는 것이 부자가 되는 지혜입니다. [사진 Pixabay]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 많은 사람이 ‘쌀 때 사고 비쌀 때 팔아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과 다르게 행동합니다. 주식시장이 가열되고 주가가 올라가기 시작할 때 더 올라갈 것을 기대하면서 주식투자를 시작하고, 주가가 하락할 때 욕을 하면서 주식시장을 떠납니다.

최근 동학개미, 스마트 개미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자는 조금 똑똑한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 얻은 수익을 보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탐욕과 공포를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주가가 쌀 때 많이 사고 비쌀 때 적게 사는 것을 시스템화한 적립식 투자가 좋습니다. 일정한 금액을 정해놓고 매월 같은 날에 투자하면 시스템적으로 쌀 때 많이 사서 가격을 낮추어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수익이 나게 됩니다.

목돈을 투자할 때는 ‘자산 자동 재배분’이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행동장치가 됩니다. 주식, 채권, 금 등에 일정한 비율(예 주식 40%, 채권 30% 금 30%)로 분산투자를 하고 매년, 매분기, 매월 주기를 정해 비율을 조정하는 방법입니다. 주식이 올라가면 비싼 주식을 팔고 채권이나 금을 사고, 주가가 내려가면 채권이나 금을 팔아 주식을 싸게 사는 방법입니다. 투자자가 빠질 수 있는 심리적인 함정을 피하면서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 것을 시스템화한 방법으로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면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행동장치입니다.

내가 늘 실수하는 부분은 무엇이고 그것을 보완해 줄 행동장치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업, 소비, 투자 등 자신이 약한 부분을 통제해 보겠다고 자신만만하게 달려드는 모습보다는 약점을 인정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행동장치를 만드는 것이 부자가 되는 지혜입니다. 나에게 맞는, 필요한 행동장치를 잘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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