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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욜로’보다는 ‘파이어’…‘자낳괴’는 되지 말자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86)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처음 용돈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용돈을 주고 한 주가 지났을 때, 큰아들은 그 당시 유행하던 게임에 용돈을 다 쓰고 한 푼도 안 남아 있었고, 동생은 한 푼도 쓰지 않고 다 모아뒀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푼도 안 쓰고 모아 놓은 동생을 보면서 큰아들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는 돈을 하루에 다 쓰진 않았고 아빠 구두를 닦아 용돈을 벌며 서로 경쟁하곤 했습니다.”

지난주 ‘돈 밝히는 책 읽기’ 모임에서 이런 경험을 한 엄마의 고민을 서로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아니라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두 아들이었습니다. 연봉 3000만원 내외를 받는 큰아들은 2년 동안 알뜰하게 모으고 투자해 6000만원이 자산을 모았지만, 인센티브로 더 많은 돈을 번 작은아들은 차 할부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단 한 푼도 저축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큰아들은 걱정이 안 되는 데 작은아들은 이렇게 내버려 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에게 용돈을 주면서 느끼던 것과는 무게가 다른 고민이었습니다.

욜로족보다는 파이어족으로 키우기

파이어(FIRE)족은 극도로 소비를 절제하기도 하고 현재의 즐거움을 미래의 자유와 기꺼이 바꿉니다. [사진 pixabay]

파이어(FIRE)족은 극도로 소비를 절제하기도 하고 현재의 즐거움을 미래의 자유와 기꺼이 바꿉니다. [사진 pixabay]

MZ 세대로 불리는 2030 젊은이들은 두 가지 종족 중 하나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욜로(YOLO) 족입니다. 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준말로 ‘한 번뿐인 인생, 멋지게 살자’라는 태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즐거움과 행복이 중요하다는 철학으로 저축보다는 경험과 즐거움을 위한 소비가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잠잠해졌지만 1년 월급을 모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이 이들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파이어(FIRE)족은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준말로 빨리 경제적인 독립을 달성해 일찍 은퇴하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이입니다. 이들은 빨리 은퇴하기 위해서 극도로 소비를 절제하기도 하고 현재의 즐거움을 미래의 자유와 기꺼이 바꿉니다.

이 두 형제의 사례를 가지고 두 종족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살펴봅시다.

30년 미래를 설계해 보면

물론 쉽지 않겠지만 10년만 노력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YOLO족으로 살 수 있습니다. [사진 pixabay]

물론 쉽지 않겠지만 10년만 노력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YOLO족으로 살 수 있습니다. [사진 pixabay]

앞의 사례에서 큰아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돈 6000만원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고, 연평균 8% 정도의 이익을 얻는다면 30년 뒤 이 돈은 6억300만 원이 됩니다. 여기에 월 50만원씩 연간 600만원 정도를 추가로 30년 동안 투자한다면 7억 4000만원 정도가 되고, 두 자산을 합치면 13억 4383만원이 됩니다. 투자한 총액은 6000만원과 30년 동안 매년 600만원씩 투자한 1억 8000만원을 합쳐 2억4000만원입니다. 13억원이면 적지 않은 자산이죠. 매년 6000만원 정도를 인출해도 원금 손실 없이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른 저축이 있다면 파이어족으로 은퇴 준비에 대한 걱정없이 조기 은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욜로족으로 사는 동생이 형과 같이 30년 뒤에 13억 4383만원 만큼 자산을 모으려면 얼마나 투자를 해야 할까요? 지금부터 생각을 바꾸어 투자한다면 매년 1186만원(월 100만원 정도) 30년 동안 저축하면 됩니다. 10년 뒤에 생각을 바꾸어서 투자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매년 2937만원씩 20년 동안 투자를 해야 하고, 20년 뒤에 투자를 시작한다면 10년 동안 매년 9276만원씩 10년 동안 투자를 해야 합니다. 총저축액을 보면 지금부터 시작한다면 3억 5588만원, 10년 뒤에 시작하면 5억 8732만원, 20년 뒤에 저축한다면 9억 2764만원을 투자해야 합니다.

YOLO족 동생의 투자성향을 가정한 표. [자료 신성진]

YOLO족 동생의 투자성향을 가정한 표. [자료 신성진]

그런데 만약 위의 목표 금액을 10년 동안 최대한 아껴서 빨리 준비하기로 결심해 욜로족의 삶을 포기하고 파이어족을 선택한다면 얼마나 저축하면 될까요? 연 1990만원, 매월 160만원 정도를 투자하면 됩니다. 물론 쉽지 않겠지만 10년만 노력하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욜로족으로 살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키즈와 ‘자낳괴’
매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간하고 있는 ‘트렌드 코리아 2021’에는 ‘자본주의 키즈’를 2021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돈과 소비에 대한 편견이 없는 새로운 소비자, 어릴 때부터 광고, 시장, 금융 등 자본주의적 요소에 친숙하고 자본주의 생리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를 ’자본주의 키즈‘라고 합니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IMF 경제 위기 이후 자본주의 논리에 익숙해진 기성세대 또한 ‘자본주의 키즈’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시장논리에 관대하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합니다. 그리고 투자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돈 밝히면 못 쓴다’에서 ‘돈에 밝지 못하면 정말 못쓰게 된다’라는 말을 쉽게 받아들이는 세대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돈을 잘 다루지 못하고 돈에 대한 지혜가 부족한 자본주의 키즈는 쉽게 ‘자낳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될 수 있습니다. 돈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사람,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보면 부자는 모두 어떤 도덕이나 가치도 없이 오로지 성공과 돈만 추구하는 ‘자낳괴’입니다. 과장된 이야기지만 이런 부자가 되는 것도 결코 행복한 인생은 아닙니다.

YOLO족도 말고, ‘자낳괴’도 말고 행복하고 건강한 FIRE족으로 자녀들을 키워보면 어떨까요? [사진 pxhere]

YOLO족도 말고, ‘자낳괴’도 말고 행복하고 건강한 FIRE족으로 자녀들을 키워보면 어떨까요? [사진 pxhere]

두 아들의 아버지로, ‘돈 공부하는 책 읽기 모임’의 리더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키우도록 코치를 할 수 있을까? 처음에 파이어족이란 단어를 들었을 때 그리 어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일의 의미는 삶에서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일이 단지 하기 싫은 짐이나 부담이 아니라 기쁨이고 의미가 되는 삶이 소중하기 때문에 무조건 빨리 퇴직하기를 바라는 풍조가 그리 달갑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좀 더 의미 있게 일하기 위해,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기 위해 그리고 부모의 짐을 가볍게 하고 싶은 마음에서도 자녀에게 파이어족이 되기를 권하는 것, 그리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을 돈에 대한 공부로, 경제적인 지원으로 돕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욜로족, 자낳괴 말고 행복하고 건강한 파이어족으로 자녀을 키워보면 어떨까요?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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