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伊 재판서 '건강 위협' 무죄 판결

중앙일보

입력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의 좋고 나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탈리아의 한 대학이 최근 커피를 재판에 회부, 적당량은 무죄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영국 BBC 인터넷판이 30일 보도했다.

이탈리아에서도 커피 사랑으로 가장 유명한 도시인 나폴리의 한 대학 약학과는 지난 주말 국민 음료로 사랑받고 있는 커피를 재판정에 세웠다. 재판은 몇몇 대학 법학과 교수가 주재했으며 참고인 12명이 출석해 증언했다.

에토레 노벨리노 학과장은 "나폴리 지역을 대표하고, 이 지역에서 숭배의 경지에까지 올랐다는 점에서 커피를 재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소인측은 커피가 불안과 흥분, 경련을 일으킬 수 있고 카페인 섭취 중단시 두통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고를 펼쳤다.

커피는 또 담배와 마찬가지로 일하던 중 잠깐 동안 사무실을 비우는 핑계로 작용, 작업에 악영향을 끼치며 아이리쉬 커피 같은 경우엔 설탕 뿐 아니라 술까지 섞어 건강에 나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옹호론자들은 이에 대해 커피 속 카페인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사람들의 정신을 또렷하게 해줄 뿐 아니라 뇌의 도파민 수치를 높임으로써 파킨슨병 등 퇴행성 신경질환과 상당수 암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참고인으로 참석한 파비아 대학 제약 전문가인 마리아 다글리아 교수는 "하루에 세 잔 이하로 마시는 커피는 결장암과 간경변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전문요리학교에서 온 교수는 카푸치노나 카페 모카치노의 사회적 이득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커피는 신체적인 재충전 효과로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근무 도중 몇 분 동안 담소하고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사교적 매개체"라고 추켜세웠다.

이같은 논쟁을 거친 후 참석자들은 커피는 과도하게 마실 때만 해롭다는데 자연스레 동의했다.

재판장은 마지막으로 뇌를 자극하고 피로를 줄여 사람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커피의 효능은 커피를 마시러 감으로써 나타나는 직무 방해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제 커피 애호가들은 커피의 중심지에서 열린 이번 재판의 결과를 생각하며 커피 한잔으로 더 행복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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